[촌철명언] 덩샤오핑 "쥐를 잘 잡는 게 좋은 고양이다"

'흑묘백묘론'으로 중국 개혁 개방 추진…사회주의에 자본주의 접목한 실용주의자

도서관닷컴이 전하는 명언 이야기

도서관닷컴 승인 2022.06.03 14:48 | 최종 수정 2022.11.19 14:24 의견 0

실용 방정식엔 적도 동지도 없다. 미국은 2015년 눈엣가시로 여겨온 이란과 쿠바를 '실용의 길'에 합류시켰다. 쿠바와 무려 53년 만에 국교 정상화에 합의하는 빅 이벤트를 연출한데 이어, 이란과 12년 만에 핵협상을 타결했다.

'실용'하면 '싱가포르의 국부' 리콴유(李光耀·1923~2015)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뼛속까지 철저한 '실용주의자'였다. 유언에서 공간을 활용하라며 "자신이 살던 집을 헐어버리라"고까지 했을 정도다.

실용의 대명사라고 하면 뭐니뭐니 해도 중국의 덩샤오핑(鄧小平·1904~1997)이다. 그는 공산주의 체제에 자본주의 경제시스템을 접목한 선구자였다. 리콴유의 실용 철학은 그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리콴유는 1978년 11월 덩샤오핑과의 회동에서 "중국이 동남아에 대한 공산혁명 수출 전략을 버리고 화교들을 상대로 한 공산당 이데올로기 선전을 중단하면 중국의 경제 개발에 적극 협력하겠다"며 중국 개혁개방의 중요한 계기를 제공했다. 이후 덩샤오핑은 개혁개방의 전도사가 됐다. 그는 1978년 12월 공산당 11기 3중 전회에서 '사상 해방과 실사구시로 일치단결해 앞으로 나가자'는 연설에서 "시장경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만 존재할 수 있고, 자본주의 시장경제만 있다는 견해는 정확하지 않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왜 시장경제를 할 수 없단 말인가. 사회주의 국가에서의 시장경제는 자본주의라고 말할 수 없다. 시장경제는 봉건사회 시대에 시작했던 것이므로, 사회주의에서도 할 수 있다"며 개혁개방의 필요성을 설파했다.

'작은 거인' 덩샤오핑은 숱한 정치적 좌절 속에서도 오뚝이처럼 일어선 '부도옹(不倒翁)'이었다. 그가 말한 '흑묘백묘(黑猫白猫)'는 시대의 명언으로 회자되고 있다. '흑묘백묘'는 '흑묘백묘 주노서 취시호묘(黑猫白猫 住老鼠 就是好猫)'의 줄임말.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를 잘 잡는 게 좋은 고양이다." 사실 이 표현의 원조는 덩샤오핑이 아니다. 청나라 때 작가 포송령(蒲松齡· 1640∼1715)이 쓴 중국 괴담문학의 대표작『요재지이(聊齋志異)』의 '섭소천(聶小倩)'에 처음 등장한다.

'흑묘백묘'는 원래 '황묘흑묘(黃猫黑猫)'였다. 덩샤오핑은 여러 차례 '고양이론'을 언급했는데, 1962년 7월 중국 공산주의 청년단들에게 한 연설에서 "어떤 생산 체제가 가장 좋은지 이야기하자면, 농업 생산을 수월하고 신속하게 회복시킬 수 있는 체제라면 무엇이든 지지한다. 또 대중이 기꺼이 도입하고자 하는 체제라면 그것이 채택되어야 한다. 만일 아직 합법적인 것이 아니라면, 합법화시켜야 한다. 누런색이든 검은색이든 무슨 상관인가, 쥐를 잘 잡는 고양이가 좋은 고양이다"라고 강조했다. 이 이론은 문화대혁명 기간(1960년 후반∼1970년 중반)에 마오쩌둥(毛澤東·1893~1976)에 의해 크게 비판받았다. 하지만 표현이 워낙 파괴력이 있어 빠르게 퍼져나갔다. 이 와중에 '황묘흑묘'가 '흑묘백묘'로 자연스레 바뀌었다. 덩샤오핑이 1979년 미국 순방을 마치고 돌아와 '흑묘백묘'를 주창하면서 이 말은 세계적인 명언이 됐다.

"개혁 없이는 죽음에 이르는 길 밖에 없다." 덩샤오핑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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