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현실사이] "되면 할게요" 누가 뭐래도 판단은 본인의 몫

도서관닷컴 승인 2022.07.08 14:42 | 최종 수정 2022.07.08 14:45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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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의뢰자는 부동산 분양계약을 했는데 분양담당자로부터 과장홍보로 속았으니 취소하고 싶다고 했다. 다시 말해 '된다고 해서 계약을 했는데 속았다'는 것이다.

그와의 법률상담을 끝내고 선임여부를 정하는 단계에서 난감한 질문을 받았다. "(말씀하신대로) 되면 할게요"였다. 세상에 '무조건' 되는 일이 어디 있으며, 또 '무조건' 안 되는 일은 어디 있겠는가. 하물며 법률문제는 더욱 그렇다. 이미 명확하게 정해진 경우보다는 애매하다보니 대부분이 판사를 '설득' 할 수 있는 지가 쟁점이다.

법률상담을 하면서 여러 가능성이나 유·불리한 점을 충분히 설명을 했음에도 "된다"고 말해주면 선임하겠다는 식이니 참 답답했다. 설령 "된다"고 생각하더라도 그렇게 단언해서는 안 되는 이치를 외면하거나 모르는 듯해 애달프기까지 했다.

아마 분양계약을 할 때에는 담당자로부터 '전망이 좋다거나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된다"라는 식의 호언장담이 솔깃해 계약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는 변호사인 필자를 찾아온 것일 텐데, 재차 "된다"는 확신을 듣고자 확인하는 꼴이니 참 아이러니 한 것 같다.

물건을 파는 입장에서야 고객을 유인할 당근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사는 입장에서는 "(무조건) 된다"는 말을 들었어도 스스로 잘 판단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설령 "된다"는 말을 들었어도 법률상으로는 '용인되는 범위의 상술'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매사 그렇겠지만, '판단은 본인 몫'인 것이다.

한편, "된다"는 말을 듣고 나서 결정하고자 하는 심리상태도 이해가 된다. 잘 모르는 분야일수록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고, 그렇게 되지 않았을 때 '탓하고 원망할 대상'이 있다면 조금이나마 마음이 편할 수 밖에 없다. 이것이 인지상정 아니겠는가. 나중에 되지 않았을 때 "그때 된다고 했잖아요"라는 말을 할 수 없다면 얼마나 답답하겠는가. 변호사를 하려면 '원망 받을 용기'가 필요한 것인지 모르겠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_인터넷이 우리의 뇌 구조를 바꾸고 있다』(니콜라스 카, 청림출판)라는 책을 흥미로운 제목에 끌려 읽은 적이 있다. 인터넷을 통한 정보습득이 우리의 뇌구조, 생각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주제로 이를 논증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인터넷, 소셜미디어서비스(SNS)의 발달은 넘치도록 많은 정보를 제공해준다. 하지만 막상 사람들이 생각을 넘어 판단하는 능력까지 배가시켜주진 않는다. 오히려 판단하는 능력을 점차 제거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가 들기까지 한다.

박원경 법무법인 천명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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