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울도서관] '님비시설'이 '핌피시설'로 대변신

의정부 가재울 도서관, 지역주민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

도서관닷컴 승인 2022.07.19 14:40 | 최종 수정 2023.06.19 18:11 의견 0

지하철에 도서관이 있다. 흔하지 않은 경우다. 대개 역사(驛舍)를 나와 얼마쯤 가면 도서관이 나오는데, 이곳은 그럴 필요가 없다. 바로 '의정부 가재울 도서관(이하 가재울 도서관)'이 그렇다. 가재울 도서관은 전철 역사 하부 공간을 활용해 만든 전국 최초의 도서관이다.

가재울 도서관은 슬럼화되어가던 님비시설을 지역 발전을 도모하는 핌피시설로 탈바꿈시킨 대표적 사례다. 님비(NIMBY, Not In My Backyard)는 자신의 집 근처에 기피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싫어하는, 핌피(PIMFY, Please In My Frontyard)는 자신의 집 근처에 선호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환영하는 것을 말한다.

가재울 도서관이 위치한 가능역 교각 하부는 노숙자와 저소득층을 위한 무료 급식을 하던 공간이었다. 주변에는 버려진 자전거가 방치되는 등 관리가 되지 않아 어둡고 지저분했다. 가재울 도서관의 등장은 이곳을 밝은 분위기로 전환함과 동시에 공공 문화시설이 부족했던 지역주민들이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했다.

전철역 하부 공간을 활용해 도서관을 짓는 덕분에 30억 원이 절감됐고, 공사 기간도 단축됐다. 가재울 도서관의 모범사례가 입소문이 나자 다른 지자체에서도 벤치마킹을 하기 시작했다. 안산 고잔역 하부에 조성된 청년창업공간 'Station-G'가 벤치마킹의 사례 중 하나다.

'가재울'은 가능동의 옛 지명. '가재가 많이 사는 연못'이라는 뜻이다. 가재울 도서관의 명칭은 가능동의 옛 지명에서 유래했다. 가재울 도서관은 위치적 특성을 최대한 살린 독특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기찻길 옆 도서관'을 주제로 여행 관련 도서와 어학 도서를 모아 '여행n도서관'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여행 북큐레이션도 병행하고 있다.

가재울 도서관은 복층 구조로 이뤄져 있다. 1층은 이용자들이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고, 2층은 의정부시 도서관의 공동 서고다. 의정부 내 각 도서관의 서고가 부족하면 책들을 이곳으로 옮겨 상호대차 서비스로 책을 이용할 수 있게 한다. 서고는 의정부시 도서관의 서고 문제를 해결할 뿐만 아니라 도서관 위로 달리는 전철이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을 줄여주는 일석이조의 기능을 수행한다.

가재울 도서관 앞에는 '초록빛 정원'이라는 휴식 공간이 있다. 2020년 4월, 도서관 앞에 버려져 있던 공간을 배움과 휴식을 위한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이곳에서 분기별로 힐링 원예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사계절 정원 모델을 전시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문을 닫았던 북카페도 이번 달부터 운영을 재개했다. 북카페는 가재울 도서관을 방문한 사람들이 편안하게 휴식하고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이다. 북카페에선 바둑과 장기를 두든가, 보드게임을 즐긴다. 그림엽서, 시화, 소품 등을 전시하는 작은 전시회인 '한 뼘 전시회', 서가가 없는 회벽을 이용해 북트레일러(Book Trailer, 새 책을 소개하는 동영상)를 상영하는 '회벽 시네마'도 가재울 도서관의 특별한 프로그램들이다. 도서관은 주중(월요일~금요일)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개방한다.

올해는 가재울 독서 챌린지 '몰입'이라는 시민 독서습관 형성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몰입'은 1년 동안 정해진 수의 책을 함께 읽는 비대면 독서 모임.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을 통해 진행된다. 연간 목표 권수를 기준으로 6권, 12권, 20권 총 세 단계로 나눠 신청을 받아, 도서관에서 선정한 도서를 매주 정해진 분량만큼 읽고 미션을 수행한다. 반기별로 운영을 종료한 후에는 독서 키트를 증정한다. 지난 5월에는 '월간 몰입 챌린지'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제 가재울 도서관은 지역주민의 따스한 쉼터로 자리매김했다. 한선화 팀장은 "출퇴근 시간에 들르는 직장인뿐만 아니라 인근의 주민들도 많이 방문한다"며 "누구나 잔잔한 음악과 함께 독서를 즐길 수 있으며, 비대면 독서모임 등 맞춤형 프로그램도 준비 중에 있다"고 말했다. 가재울에서 대책(大冊)을 낚아보자.

글·사진 의정부=최민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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