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독형통] 자신의 삶을 진지하게 나누는 손님 초대의 즐거움
주무시고 가실래요? 뉴욕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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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20 15:58 | 최종 수정 2022.07.20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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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의 어느 주택가 부근에서 "식사하셨어요? 식사하고 가실래요?" 라는 말을 건네는 초로의 부부가 있다면.
이 책은 결혼 후 40여 년간 미국 뉴욕에 살면서 많은 사람들을 집에 초대하고, 그들에게 식사와 숙소를 제공하며 살아온 송순빈 작가가 직접 쓰고 그린 손님 초대일지입니다.
작가는 어느 날 우연히 손님 초대일지를 써봐야겠다고 마음을 정하고는 글을 써내려가면서 '왜 우리 부부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먹이고 재워준 것일까?'를 생각하게 되었답니다.
서양화를 전공하고 파리로 유학을 떠났다가 스물세 살에 결혼해서 40년 동안 뉴욕에서 살고 있는 작가의 집에는 아이 넷을 낳아 기르는 동안, 아이들을 출가시킨 지금도 수없이 많은 손님이 찾아옵니다. 아니 손님이 찾아오게 만든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음식 재료가 있을 때는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차려냅니다. 이제는 자녀들의 배우자와 손주들, 양가의 형제자매 친척, 이웃, 교회 사람들이 이 집에 식사를 하러 옵니다. 남편 친구의 아들, 아들의 친구, 오래 전 파리에서 어렵게 생활할 때 인연이 된 사람 등 타국에서 찾아온 사람들도 이 집에서 먹고 가거나 머물다 가기도 합니다. 방이 없을 때는 거실에 잠자리를 마련해주기도 하면서 말입니다. 심지어 부부가 집을 비울 때도 이 집은 누군가의 숙소가 됩니다.
이쯤 되면 '집이 정말 크겠구나, 식비는 다 어떻게 감당하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부부는 젊은 시절부터 미국에서 살면서 숱한 어려움을 겪었지만 남편 사업이 잘 되면서 경제적 안정을 이뤘습니다. 없을 때도 나누었으니 지금은 더 나누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타인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일이, 처음 보는 사람(누군가의 아들이나 지인이라고 해도)을 자기 집에 머물게 하는 일이 경제적 능력이 있다고 되는 일은 아닐 겁니다. 아무리 선한 마음이 넘친다고 해도 쉽게 가능한 일도 아닙니다.
송순빈 작가의 어린 시절, 집에는 항상 손님으로 북적였다고 합니다. 작가의 어머니는 찾아오는 손님들을 모두 정성으로 대접하곤 했답니다. 그런 어머니의 영향으로 여섯 자매는 모두 사람들에게 식사 대접하는 일을 부담스러워하지 않습니다. 미국과 한국에 살고 있는 자매들은 모일 때마다 각각 요리 솜씨 자랑을 벌일 정도입니다.
작가는 "그간 우리 부부가 많은 사람을 초대했던 것은 '나그네와 고아를 돌보라'는 성경 구절을 조금이나마 실천하고 싶어서였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난 40년을 돌아보니 그게 아니었다. 우리가 남을 도운 게 아니고 우리를 찾아준 사람들이 우리 삶을 구원했다는 걸 알았다. 그분들 덕분에 우리 부부의 삶이 늘 새롭고, 밝고, 행복했다. 그게 손님 초대의 원동력이었다"고 말합니다.
책은 작가와 함께 음식을 먹고 집에 머무르며 인연을 이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더불어 작가가 틈틈이 그린 풍경화, 집에서 만들 수 있는 손님 초대 레시피도 보여줍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편안한 미소로 밥상을 차려내주는 작가를 마주하는 듯한 느낌입니다. 어느 날 문득 뉴욕 주택가를 어슬렁거리다 송 작가 부부를 마주치고 싶어집니다. 냉큼 따라가 식사를 함께하고, 그 집에 머물면서 이 따뜻한 부부의 정과 행복을 '나누는'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김찬희 객원 북리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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