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현실사이] 형사사건 결정적 효과 반성문 잘 쓰는 법

도서관닷컴 승인 2022.08.05 17:14 | 최종 수정 2022.08.05 17:19 의견 0

형사사건 자체에 연루되지 않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살다보면 안타깝게도 형사사건에서 가해자,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있다. 꼭 형사사건이 아니더라도 소속 기관의 징계사건에 연루되는 사례도 발생한다. 또한 가해자나 피해자로 연루되지 않더라도, 소중한 지인이 가해자 또는 피해자로 연루돼 탄원서 제출을 부탁받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반성문'은 기본적으로 혐의가 인정된다는 전제에서 가해자가 혐의를 인정하고 반성한다며 선처를 요청하기 위해 제출하는 것이다. '진정서'는 피해자가 가해자의 엄벌을 요청하기 위해 제출하는 서면을, '탄원서'는 제3자가 가해자의 선처 혹은 엄벌을 요청하는 서면을 지칭한다. 각 서면들은 제목으로 명확하게 구분 된다기 보다는 담고 있는 내용이 중요하다. 실제 엄벌을 탄원하는 내용으로 진정서가 아닌 탄원서라는 제목을 달아 제출한다고 해도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반성문, 탄원서, 진정서는 '설득' 자체가 목적이므로 설명문이 아니라 설득을 목적으로 하는 '논설문'의 성격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물론 논설문의 성격이라고 하더라도 설명의 내용이 포함될 수 밖에 없고, 이성적인 주장과 근거뿐만 아니라 감정적인 부분도 포함될 수 있다.

문서란 사람의 생각, 사상, 가치관 등이 담긴 글이다. 따라서 제목, 작성날짜, 작성자 이름 및 날인(또는 서명)은 문서가 갖추어야 할 최소한 요건이자 형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부분이 없다면 공적인 글이라고 할 수 없다.

수사단계라면 경찰이나 검사가 수신자이고, 법원 재판단계라면 재판장(판사)이 수신자가 된다. 징계단계라면 수신자는 최종 징계권자가 되는 셈이다. 물론 수신자의 권한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알고 작성해야 반성문 등의 목적에 부합하는 글을 쓸 수가 있다.

경찰에게 처벌을 낮춰달라고 반성문이나 탄원서를 쓰는 것은 넌센스다. 경찰은 수사업무를 담당하지 처벌여부나 그 수위를 정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처벌여부나 수위를 정하기 위한 수사를 할 경우 수사상 필요사항에 대해 요청하는 내용이라면 모를까. 그 외의 사항을 요청하는 반성문 등은 전혀 의미가 없다.

막연히 선처나 엄벌을 요청하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다. 글을 읽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고민을 하게 하고 자신의 주장과 요청에 부응하도록 해야 하는데, 막연한 선처나 엄벌 요청은 상대방이 심각하게 고민하긴 어렵다. 물론 전략적으로 막연한 선처나 엄벌을 요청하는 내용으로 작성할 수 밖에 없는 상황도 있다. 하지만 가능하면 구체적으로 선처나 요청을 하는 것이 올바른 접근 방법이다.

가령 혐의가 경미하고 피해자와 합의해 검사에게 선처를 탄원하고 있다면 반성문에 법원재판을 받지 않도록 기소유예 불기소처분이나 벌금형 약식명령을 요청해볼 수 있다. 반대로 피해자 입장에서는 검사에게 가해자에 대해 정식재판 청구나 구형량을 높여달라고 탄원해봄 직하다.

자필로 깔끔하게 작성해서 제출하는 것이 보기에도 좋고 정성이 담겨져 있어 효과적이다. 누가 깔끔하고 단정한 손글씨를 싫어하겠는가. 만일 글씨에 자신이 없다면 워드프로세서로 문서를 작성해서 제출한다고 해도 문제될 것은 없다. 통상 공문서는 A4 용지로 작성한다. 다만 읽기 편하도록 글씨 크기(한글워드프로세서 기준 12포인트 이상)나 줄 간격(200% 이상)에 신경 쓸 필요는 있다. 상대방을 설득을 시켜야 할 글을 쓰면서 상대방이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은 기본 중에 기본이다.

잘 쓴 글은 아무리 길어도 읽게 되고, 피로감도 없다. 그런데 일반 사람들은 반성문, 탄원서, 진정서를 작성해본 적이 많이 없기에 잘 쓰기가 쉽지 않다. 글은 간명해야 하고, 길수록 주제가 불분명해지고 지루해진다.

대부분의 반성문 등은 글씨 크기나 줄 간격 형식을 지킨다면 2페이지 이내에서 마무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찰단계, 검찰단계, 법원단계 혹은 조사를 마친 때, 형사재판을 진행하며 공판기일을 마친 때 등 각 시점마다 다른 내용으로 여러 번 제출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가해자 본인이 작성하는 글이라면 당연히 반성이 담겨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대개 반성문을 작성해보라고 하면, 가해자들은 반성 내용은 몇 줄 뿐이고 가족, 직장에 대한 걱정 등이 대다수의 내용을 차지한다. 이럴 경우 반성문이 아니라 '변명문'을 쓴 격이 되는 것이다.

선처를 목표로 하는 반성문에 담길 필수적인 내용은 △범행(비위)을 왜 저질렀는지 △본인이 해당 범행을 시인하는지 △어떤 부분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지(반성과 후회의 내용) △피해자에 대한 사과부분 △동일한 범행(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 △어떠한 근거로 어떠한 선처를 요청하는 것인지(불기소, 벌금형, 집행유예 등) 등이다. 반성문에 들어갈 필요가 없거나 유해한 내용으로는 △검사나 판사에 대한 사과(사과의 상대방이 아니라 판단의 주체로서 선처요청의 상대방일 뿐임) △가족, 지인들에 대한 사과(본인이 직접 하면 되는 것이지 반성문에 담아야 할 내용이 아님) △자신에 대한 걱정(직업상실·소득감소·정신적 고통 즉, 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걱정이 우선되어야 할 부분이고, 이와 같은 내용은 푸념에 불과함) 등이다.

진정서를 제출하는 경우는 피해자 본인이 가해자를 선처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수사를 철저히 해달라고 하거나 엄벌에 처해달라는 내용이다. 막연한 엄벌은 근거가 부족하고 상대방을 설득할 수가 없다. 상대방의 권한범위가 어디인지를 파악하고 구체적 근거를 들어 어느 정도의 엄벌을 요청하는 것인지를 명확히 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밖에 없다.

엄벌을 요청하는 진정서에 담길 필수적인 내용은 △현재까지 어떠한 피해와 고통을 입었는지 △수사, 재판과정에서 가해자의 태도가 어떠한지 △합당한 피해배상을 하였는지 여부 △가해자를 엄벌해야 하는 구체적인 이유 △어느 정도의 엄벌을 희망하는지(정식기소, 구속, 징역형 등) 등이다.

사건을 잘 알지도 못하는 마을 주민, 직장 동료들로부터 탄원서를 받거나 정해진 탄원 내용에 수십, 수백 명이 연서한 탄원서는 의미도 소용도 없다. 차라리 제출하지 않는 것만도 못하다. 탄원서를 제출할 제3자는 가해자 혹은 피해자와 밀접한 관계로서 사건내용에 대해서도 충분히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이 가장 적절하다. 사건내용도 모르는 사람이 제출한 탄원서는 그저 안 읽을 수도 없는 짜증나는 종이뭉치에 불과하지 않을까.

그러나 사건내용과 관련된 제3자, 가족, 그 외 제3자 등은 탄원서를 제출해봄직하다. 가령 사건현장에 함께 있었는데, 가해자를 말리는 등 범행을 제지하지 못한 제3자라고 한다면 사건 내용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일정부분 도의적 책임도 있으므로 그와 같은 부분에 대한 사과를 밝히며 가해자에 대한 선처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제출해봄직하다.

가족은 가해자 및 피해자와 가장 밀접한 제3자라고 할 수 있다. 사건 내용을 잘 알고 그에 대한 가해자 및 피해자의 심정을 잘 표현해줄 수 있다. 가족 역시 선처 혹은 엄벌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제출해볼 수 있는 제3자라고 할 수 있다. 가해자 및 피해자를 개인적으로 잘 알고 사건 내용에 대해 객관적으로 의견을 피력할 만한 제3자를 상정하긴 쉽지 않으나 만일 이러한 제3자가 있다면 당연히 탄원서를 제출할 수 있을 것이다.

가해자가 제출하는 반성문과 피해자가 제출하는 진정서와 달리 제3자가 제출하는 탄원서는 당연히 가해자 혹은 피해자와 밀접한 관계일 수 밖에 없으므로 그 주제 또한 정해진 것이다. 따라서 당연히 가해자 지인이 제출한 탄원서는 가해자가 딱하니 선처해달라는 것이고, 피해자 지인이 제출한 탄원서는 피해자가 불쌍하고 가해자가 나쁜 놈이니 엄벌해달라는 것이 전제되어 있다.

따라서 제3자가 제출하는 탄원서의 경우 더욱 객관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뻔한 주제의 진부할 글이 될 수 밖에 없고 상대방을 설득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객관성을 유지할까. 사건을 지인(가해자, 피해자)의 관점에서만 보지 말고 상대방(가해자의 경우 피해자, 피해자의 경우 가해자)의 관점과 일반 제3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면서 왜 엄벌 내지 선처가 필요한지를 피력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다면 가해자가 제출하는 반성문과 피해자가 제출하는 진정서의 반복일 뿐 그 자체로 의미가 없다. 실제 가해자 지인의 선처 탄원서나 피해자 지인의 엄벌 탄원서는 가해자의 반성문이나 피해자의 진정서를 베껴 적는 수준일 때가 많다.

제3자가 제출하는 탄원서는 가해자 본인이나 피해자 본인이 대신 작성한 것으로 의심받을 가능성이 클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최소한 제3자 본인이 자의로 작성한 것을 인정받기 위해 신분증 사본이라도 첨부하는 게 바람직하다. 대다수의 사건에서 제출되는 반성문, 진정서, 탄원서는 넘쳐난다. 인생에서 가장 절실하고 최선을 다해 작성되어야 할 글이 '아니 낸 만도 못한 수준'으로 작성되고 제출까지 된다면 그야말로 아이러니다.

과연 당사자나 제3자가 작성해 제출하는 반성문, 진정서, 탄원서로 형사재판이나 징계처분 결과가 달라질까. 그렇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애매한 선상에 있는 사건에서는 당사자나 제3자가 진심으로 정성을 다해 작성한 반성문 등이 결정적인 효과를 발휘한다고 생각한다.

물을 넘치게 하는 것은 마지막 한 방울 아니겠는가.

박원경 법무법인 천명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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