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회人터뷰] "책 육아 도전 부모님들에게 길잡이 역할 했으면 좋겠습니다"

'취학 전 1000권 읽기' 저자 중랑숲도서관 이지유 관장, 여현경·이신영 사서

도서관닷컴 승인 2022.08.23 09:57 | 최종 수정 2023.11.15 20:38 의견 0

사서들이 쓴 책을 볼 때마다 '유레카'를 외치듯 눈이 번뜩인다. 저자들은 사서이지만 작가 타이틀을 옆에 슬쩍 끼워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물고기가 유영하듯 글이 매끄럽다. 인터뷰차 만난 자리에서 이 이야기를 꺼내자 "평소 책과 글쓰기를 좋아 한다"며 미소를 짓는다. 출발이 좋다. 서향이 물씬 풍기는 중랑숲어린이도서관에서 이지유 관장, 여현경·이신영 사서를 만나 도서관 마스터법, 독서력 확장술, 독법 열전을 들어봤다.

_책을 내고 싶다는 특별한 동기라도. 반응은 어떤가요.

이지유 관장 사실, 진행 중인 사업으로 '취학 전 1000권 읽기' 책을 출간한다는 일은 미처 생각해보지 못한 일이긴 합니다. 출판사에서 사업에 대한 관련 기사를 보고, 책을 내고 싶다고 여러 번 출간 제안을 했어요. 그렇지만, 일이 바빠서 거절을 할 수 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직도 일반인들은 도서관과 사서의 역할에 대해 잘 모르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역사회 안에서 도서관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사서의 역량은 무엇인지 등 다양한 부분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천 권 읽기 실무를 담당한 두 사서 선생님이 적극적으로 찬성하기도 했고요. 출간되기까지 노파심도 들었지만, 다행히 지인들, 주민들, 동료들이 좋은 평가를 많이 해주고 있고, 독자들의 반응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도서관과 사서 역할 알리는 기회"

이지유 관장

_책은 '천 권 읽기'사업에서 출발하고 있지만 이 책을 주로 읽었으면 하는 독자층이 누구라고 생각하나요.

이지유 관장 아무래도 책을 쓸 때는 명확한 대상이 있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책 육아를 많이 시작하시고 도서관 이용도 활발한 5세 유아부터 초등학교 저학년까지의 부모님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또, 선뜻 책 육아에 도전하기 어려워하는 양육자분들도 '나도 할 수 있겠네'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다른 지역의 행정기관장분들이 많이 보셨으면 좋겠어요. 지역 지자체장의 관심과 지원이 없었더라면, 중랑구 독서사업은 불가능했기 때문이죠.

_책 내용이 탄탄하고 인용, 사례, 기고 등 구성도 짜임새가 있어 공을 많이 들인 느낌이 듭니다. 책을 준비하고 출간하는 데까지 얼마나 걸렸나요.

이지유 관장 책을 본격적으로 집필한 기간은 2개월 남짓입니다. 집중적으로 원고를 작성한 기간은 길지 않았지만, 집필에 앞서 구성과 구조, 책의 흐름을 어떠한 스토리로 기획할 것인가, 또한 세부 구성마다 필진을 누구로 할 것인가 하는 부분을 논의하는 데 많은 시간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이신영, 여현경 선생이 워낙 책을 즐겨 읽기도 하지만, 읽고 난 후에 책의 구성과 흐름 같은 부분을 수시로 논의하곤 해서 큰 도움이 되었어요. 두 분이 업무 중이나, 쉬는 시간에도 끊임없이 책에 대해 평가도 하고, 서로 좋은 책을 소개해주기도 하면서 서로에게 시너지를 많이 주는 것 같아요. 늘 책에 대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어 그런지, 책 내용 구성 회의에서 참신한 많은 아이디어를 내주어서, 전문가들만큼 꽤 괜찮은 구조가 나왔고, 그 덕분에 생각보다 오래 걸리진 않았던 것 같아요.

"잘 쓰기 위해서는 많이 읽어야"

이신영 사서(왼쪽)와 여현경 사서(오른쪽)

-글이 매끄럽고 좋은 표현, 묘사 등 유려한 문장들이 많은데 글쓰기 비법은 역시 책인가요? 사서로서 책을 쓰는 데 장점이 있다면?

이신영 사서 한 가지를 쓰기 위해서는 100권의 책을 읽어보라는 말이 있어요. 아무래도 인풋이 많을수록 아웃풋이 좋다는 건데, 적극 동의합니다. 평소에 생각나는 표현이나 아이디어 등은 메모장에 바로바로 기록해두는 편입니다. 사서로서 책 쓰는데 장점은 당연히 책과 관계된 모든 환경 및 자원들을 지원받는다는 점이죠. 사서가 된 이유가 바로 작가이자 도서관 사서였던 '보르헤스' 때문인데요. 보르헤스의 소설 <바벨의 도서관>에 나오는 문장이 기억에 남습니다. "나는 도서관의 모든 사람들처럼 여행을 했다. 책 목록에 대한 목록을 찾아 방황을 했다."

여현경 사서 사서는 주 업무가 레퍼런스를 찾는 것이라고 해도 무방하죠. 책을 쓸 때 큰 고민 없이 자연스럽게 참고할 자료를 찾는 과정이 비교적 능숙하고 자연스러워서 그 점이 많이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어려움은, 아무래도 전업 작가가 아니고, 남에게 보여 지는 글을 쓴다는 것, 더군다나 그 글이 판매될 수 있을 만큼의 가치를 가져야 한다는 점이 굉장히 부담스러운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매일 독자의 입장이었는데, 작가의 입장을 경험해볼 수 있었던 것이 어렵고도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_'천 권 읽기'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어려웠던 점과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습니까.

이지유 관장 '1,000'이라는 의미가 사실 상징적 의미인데, 아무래도 양적인 이미지가 강하다는 이유로, 꼬집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아이들에게 강제적일 수 있다는 우려와 다독이 약간 철지난 독서법의 일종이라는 두 가지 지점이었죠. 다행히, 주민분들의 호응이 너무 좋았고 독서광으로 소문난 류경기 구청장께서 많은 지지를 해주셔서 사업을 성공리에 마치고, 이만큼 이끌어 나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여현경 사서 아이가 하고 싶다고 하는데, 엄마는 "계속 너 할 수 있어? 진짜 할 수 있어?"하며 만류하는 장면이 제법 많았습니다. 아이들은 사전에 '못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은 없어요. 지금 당장 해보고 싶으니까요. 뒤는 생각하지 않아요. 신청을 받을 때 많이 보는 장면이에요. 만류하는 부모님 모습이 재밌기도 하고, 아이들이 대단하기도 하죠. 도전에 '실패'라는 짝꿍을 붙여 지레 절망하고 두려워하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아이가 아니라 어른들인 것 같다고 느꼈어요.

"도서관은 새로운 커뮤니티 공간"

_끝으로 사서로서 느끼는 자부심, 앞으로 사서 역할이 어떻게 변화해 갈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여현경 사서 대한민국 국민들의 문해력 유지와 독서 진흥을 목적으로 하는, 몇 안 되는 전문 직업인 점, 명백하게 사회와 시민의 삶의 질을 직접적으로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공익적인 직업이라는 점에 대해 자부심이 있습니다.

이신영 사서 저도 마찬가지에요. 생각하는 것보다 사서는 굉장히 오래된, 역사적인 직업이에요. 도서관은 약 4천여년 전부터 존재했죠. 메소포타미아 등 문명의 발상지엔 필연적으로 문서의 보관소가 있었어요. 사유하고 발설하고 기록함으로써 지금의 호모 사피엔스가 언어적으로 팽창하고 존재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이러한 본질이 현재까지도 유지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서는 정보와 언어의 컬렉터이자 내비게이터(안내자)예요. 적시, 적서, 적자라는 말처럼, 정보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가장 적합한 것을 줄 수 있는 게 사서인 셈이죠.

이지유 관장 넓게는 인생의 전환기를 도와주는 역할도 있다고 생각해요. 초등학교 1학년 아이가 도서관을 통해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알아가는 모습, 육아와 출산으로 사회와 단절된 경력단절 여성들이 도서관 프로그램을 통해 전문적인 독서리더로 성장한 모습, 퇴직 후 사회와 단절된 시니어들이 도서관에 통해 삶의 원동력을 갖게 된 모습 등. 도서관이라는 공간 안에서 사서와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새로운 삶을 알아가는 모습을 볼 때, 가장 자부심을 느낍니다. 사서의 역할은 앞으로도 무궁무진해질 거로 생각해요. 도서관도 책만 보는 공간이 아닌, 사람들과의 교류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성장하고 있잖아요. 그 안에서 사서들은 책과 사람들, 그리고 사람들과의 커뮤니티를 구성하고 성장하기 위한 또 다른 전문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디지털 매체나 AI(인공지능) 등 많은 부분이 자동화되지만, 사람들과의 교류 역할은 그 어떤 AI를 도입해도 불가능할거라 생각합니다. 바로 사서의 몫이죠.

취학 전 아이들에게 '천 권'을 읽으라고 권장하다니. 뜬 구름 잡는 소리 같기도 하고 과시용처럼 보였다. 그런데 책의 행간을 읽으며 그 '천 권'의 참뜻을 이해했다. 숫자는 단지 글자일 뿐, 다독이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것. 어릴 적부터 하루에 한 권의 책을 읽는 습관을 갖게 하려는 의미라는 것을. 책은 단순히 아이들을 위한 책이 아니었다. 아이들은 덤이고 부모의 동행 역할모델 독서지도론은 팁이다. '독서 경험', '독서 근육', '독서 자생력'을 독서 가방에 챙겨 '마법의 공간'인 도서관으로 무조건 가보기. 집 근처에 좋은 도서관이 있다는 것은 복이다. 게다가 저자들처럼 책 마술사인 사서가 있다면 얼마나 큰 행운일까 싶다.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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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유 관장 책과 사람을 이어주는 사서라는 직업을 천직이라 여기며 도서관에 몸담은 지 어느새 20여년이 됐다. 책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성장하며 꿈을 키우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더 나은 꿈을 꾸기 위해 중앙대학교 대학원에서 도서관 경영을 전공했다.
여현경 사서 도서관은 사회가 가진 최고의 안전망이자 교육의 완전한 보충제라고 생각한다. 덕성여자대학교에서 문헌정보학, 교육학을 공부했다. 현재 서울시립대학교 도시사회학 석사과정에서 사회 속 도서관의 역할을 탐구하고 있다.
이신영 사서 11년차. 손에 무엇을 쥐고 있느냐에 따라 삶의 풍요로움이 결정된다고 믿는다. 한 손에는 책을, 다른 한 손에는 환대하는 마음을 품고 살고자 한다. 철학과 문헌정보학을 공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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