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반전] 한국 최초의 공산권 수교국가는 소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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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닷컴 승인 2022.09.23 16:09 | 최종 수정 2022.10.24 14:46 의견 0

'페레스트로이카(Perestroika, 개혁)'와 '글라스노스트(Glasnost, 개방)'의 상징인 미하일 고르바초프(1931. 3~2022. 8) 전 소련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세상을 떠났다. 러시아 타스통신 등 외신은 이날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이 오랜 투병 끝에 타계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그는 54세로 소련 역대 최연소 공산당 서기장이 됐고 초대이자 마지막 대통령을 지냈다. 냉전 체제 종식과 소련 해체, 동구권 공산주의 몰락 등 20세기 후반 현대사의 대격변을 이끌어낸 인물로 평가받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1990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고르바초프는 한국과의 인연도 특별하다. 한국이 북방외교 초석을 놓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는 1990년 6월 노태우 대통령과의 미국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에서 한·러 수교에 합의하며 한국 외교사에 한 획을 그었다.

북방외교는 1988년 집권한 노 대통령이 추진한 최고의 외교적 성과였다. 미·소 신(新) 데탕트(화해 무드), 소련 진영의 해체, 공산주의 이데올로기의 몰락, 서울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 등 주변 여건도 북방외교의 호재로 작용했다.

1990년 9월 30일, 한국과 소련의 외교장관은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만나 수교를 합의하는 '코뮈니케(Communique, 공동 성명)'에 서명했다. 그해 12월 노 대통령은 한국 정상 최초로 모스크바 크렘린궁을 방문해 고르바초프와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듬해 4월에는 소련 최고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 고르바초프와 제주도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소련은 우리나라의 북방외교에 있어 주춧돌 같은 존재였다. 북방외교의 물꼬가 소련으로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고르바초프의 개혁·개방은 동유럽 전역을 강타하면서 독재자들을 하나둘씩 권좌에서 끌어내렸다. 이는 한국 외교가 미개척 지대인 동유럽 국가로 눈을 돌리는 계기가 됐다.

공산권 국가 중 우리나라와 처음으로 수교한 나라는 소련이다? 그렇지는 않다. 공산권 국가 중 한국과 가장 먼저 국교를 정상화한 나라는 헝가리다. 한국과 헝가리는 1987년과 1988년 각각 양국에 무역사무소를 개설했다.

두 나라는 1988년 9월 공식 외교관계를 개설하기로 합의하고, 같은 해 10월 부다페스트에 주헝가리 한국 상주대표부를 설치했다. 1989년 12월에는 주한 헝가리 상주대표부를 설치했다.

헝가리는 동유럽 혁명이 본격화되기 이전인 1989년 2월 1일 동구권 국가로는 처음으로 우리나라와 외교관계를 수립하면서 우리나라의 북방외교 출발을 도왔다. 헝가리와의 수교는 정부 수립 41년 만에 사회주의 국가와 최초로 이뤄진 수교사의 대사건이었다. 북방외교의 첫 결실이자 한국 외교사의 획기적인 이정표였다.

이어 1989년 11월 1일에는 폴란드와 수교했다. 폴란드의 경우는 헝가리와의 수교와 달리 상주대표부라는 중간 단계를 거치지 않고 직접 대사급 외교관계를 수립했다. 폴란드는 동유럽 국가 중 인구가 가장 많고 면적이 가장 넓다.

한국은 유고슬라비아(1989. 12. 28), 체코슬로바키아(1990. 3. 22), 불가리아(1990. 3. 23), 루마니아(1990. 3. 30), 알바니아(1991. 8. 23) 등과 잇달아 정식 외교관계를 수립했다. 동유럽 7개국 모두와 국교가 정상화됐다. 동구권 국가와의 외교 수립은 공산권 국가의 보스격인 소련 및 중국과 관계의 빗장을 풀기 위한 사전작업이었다.

소련과 수교한 것은 1990년 10월이고, 중국과는 1992년 8월 수교했다. 한·중 수교는 북방외교의 화룡점정이었다. 베트남과는 1992년 12월에 수교했다. 이로써 과거 적성국들과의 수교가 마무리됐다. 한·소 수교와 한·중 수교가 북방정책의 목표이자 최종 목적지였다. "봄에 얼음이 녹으면 그건 그냥 녹아가는 것이지, 다시 얼지 않는다." 고르바초프의 말이다.

*'한국아파트신문'에 연재하고 있는 '김규회의 色다른 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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