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내가 도서관에 푹 빠진 이유

<도서관은 살아 있다>
도서관여행자 지음
208쪽·1만7000원·마티

도서관닷컴 승인 2022.10.27 16:16 | 최종 수정 2024.01.02 18:39 의견 1

'도서관이 살아 있다'니. 제목부터가 도전적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수많은 삶의 이야기가 담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 어딘가의 서가에 내 책이 꽂히리라는 것을 순진하게 믿어본다. 도서관은 살아남아 계속 존재할 것이다. 도서관은 영원할 것이다. 도서관은 살아 있다"라고 썼다.

책의 구성이 독특하다. 정해진 순서는 아예 없다. 자유롭게 주제별로 스토리를 엮었다. '사서는 검색 엔진의 원조'에서는 뉴욕 공공도서관을 언급하면서, 사서가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업무를 참고 서비스(reference services)라고 정의했다. 참고 업무를 통해 이용자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희로애락이 있는 삶을 읽었다고 자평한다. '청구번호에 숨겨진 사정'에서는 듀이십진법의 창시자 멜빌 듀이를 장황하게 설명한다. 그리곤 미래 도서관의 서가에는 19세기의 도서분류법이 사라지고, 고양이는 고양이끼리 개는 개끼리 모여 있는 주제별 서가에 책이 크기별로 가지런히 꽂혀 있는 도서관을 꿈꾼다고 말한다.

수많은 정보의 더미 속에서 유의미한 정보의 기준은 그 정보가 가진 사실과 신선함이다. 저자는 경험으로 체득한 알짜 지식을 알려주는 데에 열성적이다. 미국 사서라면 사서인 전문 잡지 '라이브러리 저널'과 도서관 전문 서평 '북 리스트'를 읽어야 하고, 서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면 선반에 3분의 1 이상을 비워두는 게 바람직하다고 권고한다. 장서 폐기는 '무엇을 버릴지'가 아니라 '무엇을 간직할지' 정하는 것이라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저자는 책보다 책이 있는 공간을 좋아하는 도서관 애호가라고 고백한다. 그의 주장과 관점은 뚜렷하고 적극적이다. 공공대출권 제도에 대해 블록버스터 저자들의 배만 불리는 결과가 될 수 있기에 이 제도를 반대한다고 말한다. 그저 조용한 도서관은 싫다며 공동체 구성원이 즐겁게 이용하며 소통하는 시끌벅적한 시장통 같은 도서관이 좋다고 말한다. 어린이와 어른으로 구분하는 열람실을 거부하고 모두가 함께 이용하는 열람실을 선호한다.

새로운 배움에 밑줄을 그을 대목들이 적잖다. 가령, 미국 도서관에서는 이용자를 '유저(user)'가 아니라 후원자라는 뜻의 '패트런(patron)'이라고 하고, 미국의 일부 공공도서관에서는 '50세 이상 성인(adults 50+)'과 같이 서비스 대상 연령을 구체적으로 표기해준다는 등등. 쥐잡기 업무를 수행하는 도서관 고양이, 어린이 이용자가 직접 개에게 책을 읽어주는 심리치료견의 동물 사서직원 얘기는 흥미롭다.

책은 에세이처럼 술술 읽혀진다. 게다가 알토란 같은 정보 조미료들은 책의 맛을 더한다. 이국땅에서 몸소 겪은 체험담은 리얼하다. 태평양 건너 미국 도서관을 가보지 않고서도 가본 듯한 기시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도서관을 향한 무한한 애정이 낳은 이야기 보따리들이 책에 수북하다. 동시대의 사회 문제와 연관된 생각거리들도 던진다.

저자는 국내에서 문헌정보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시라큐스대 대학원에서 문학정보학 석사를 받았다. 국내 기업에서 IT 개발자로, 미국에서 공공도서관 사서로 일한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현재는 도서관 이용자로 도서관을 읽는 여행자라고 소개한다.

책은 귀한 손님 모시듯 정성을 다해 꾸몄다. 별색으로 첨가된 보너스 챕터인 '당신의 즐겨찾기에 담아야 할 디지털도서관(디지털도서관 15곳)', '당신의 여행 계획에 넣어야 할 도서관(세계 도서관 여행지 48곳)'이 그렇다. 책 말미에는 참고서지 목록인 '도서관 여행자의 서재', '찾아보기'를 둬 독자들을 세심하게 배려했다.

"도서관을 뜻하는 영어 단어 'Library'는 '책'을 뜻하는 라틴어 'liber(리베르)'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리베르'는 '자유로운(free)'이란 의미의 형용사로도 쓰인다. 내가 도서관을 여행하는 이유를 이 '리베르(liber)'라는 한 단어로 설명할 수 있다. 도서관은 책이 있고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곳이니까." (169쪽)

세상은 넓고 도서관은 많다. 저자 필명이 '도서관여행자'다. 저자처럼 독자분들도 도서관에서 삶을 읽고 삶에서 도서관을 읽는 여행자가 되어보시길.

김규회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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