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반전] 이란은 아랍 국가일까? 아닐까?

도서관닷컴이 전하는 상식 이야기

도서관닷컴 승인 2022.10.28 15:59 의견 0

'히잡'에 붙은 분노의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타오르고 있다. 최근 이란에서 20대 여성이 히잡(머리와 목을 가리는 이슬람 여성 전통 복장)을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된 후 의문사했다. '히잡 미착용 의문사'로 점화된 반(反)정부 시위는 들불처럼 빠르고, 넓게 번져나갔다.

이번 시위는 2009년 '그린 혁명(부정선거 규탄 시위)'이후 최대 규모다. 이란뿐만 아니라 세계의 수많은 도시에서도 이란 정부를 규탄하는 성난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

당국의 무력 강경 진압으로 시위에 동참한 수많은 여성이 목숨을 잃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제2의 천안문(天安門) 사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상황이 격화되자 "반정부 시위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계획"이라며 '외부의 적'으로 화살을 돌리기도 했다.

이란은 아시아와 유럽, 중동이 만나는 매우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이란 문제는 단순한 개별 국가의 문제가 아닌 세계적인 관심사로 부상했다. 이란의 핵 문제 때문이다. 핵 개발을 강행하려는 이란과 이를 저지하려는 미국 사이에는 전운마저 감돈다.

페르시아 제국은 이란 지역에 처음 나라를 세웠다. 그러다가 7세기경 아랍인에 의해 멸망했다. 16세기가 돼서야 사파비 왕조에 의한 강력한 이란 민족국가가 형성됐다. 1935년에 나라 이름을 '아리안족의 나라'라는 뜻의 이란으로 바꾸고,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팔레비 왕조가 붕괴하면서 지금의 이슬람공화국이 수립됐다.

하지만 이슬람 근본주의 정권하에서 이란은 국제적 고립과 경제적 부진을 면치 못했다. 1979년에는 이란 학생들이 테헤란 주재 미국대사관 직원들을 444일간 억류하는 사건을 일으켰다. 이란은 1980~1988년 미국이 지원하는 이라크와 기나긴 전쟁을 치렀다. 이란의 부활은 1991년 이라크가 걸프전(쿠웨이트를 침공하면서 발생한 전쟁)에서 패배하면서 시작됐다. 미국이 2003년 이라크를 침공해 후세인 수니파 정권을 무너뜨린 것이 시아파 정권인 이란에게는 호재로 작용했다. 이란이 지역의 패권을 쥘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란은 넓은 영토, 석유 등 풍부한 천연자원, 많은 인구 등 어떤 아랍 국가보다도 성장 잠재력이 높다.

이란은 아랍 국가일까? 그렇지는 않다.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점 때문에 생기는 대표적 오해다. 이슬람·중동·아랍은 비슷해 보여도 개념이 서로 다르다. 이슬람은 종교로서 중동, 북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등 지구촌 전역에 분포한다. 중동은 지리적 개념으로 이란·튀르키예·이스라엘과 같은 비(非)아랍국가들도 포함한다. 아랍은 아랍어를 사용하는 민족을 뜻한다.

즉, 아랍 국가라고 하면 아랍어를 말하는 아랍인이 살면서 이슬람교를 믿는 국가를 일컫는다. 그들은 아랍어를 국어 또는 공용어로 쓰며 서로를 '형제 국가'라고 부른다. 아랍 세계는 북아프리카 모로코에서 시작해 아라비아반도 끝자락 오만에 이르기까지 넓게 분포돼 있다. '아랍연맹(정식명칭 아랍국가연맹)'이 그 예다. 아랍연맹의 회원국은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요르단, 이라크, 시리아, 모로코, 오만, 아랍에미리트(UAE),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등 22개국인데, 시리아는 내전이 발생하면서 자격이 정지된 상태다.

이란은 아랍 국가와 같은 중동·이슬람권이지만 민족, 언어, 역사가 다르다. 이란인은 아랍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아랍어와 어족(語族) 자체가 전혀 다른 '파르시어(페르시아어)'라는 고유의 언어를 사용한다. 뿌리도 다르고 외모도 차이가 난다. 종교도 아랍인의 대다수인 수니파와 달리 이란인의 절대다수는 시아파다. 이란 사람들은 페르시아 문명을 꽃피운 자랑스러운 후예라고 생각한다.

이란은 이란이고, 아랍은 아랍이다. 이란은 아랍이 아니다.

*'한국아파트신문'에 연재하고 있는 '김규회의 色다른 상식'

저작권자 ⓒ 도서관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