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반전] 국내 최초 아파트는 서울 강남? 강북?

도서관닷컴이 전하는 상식 이야기

도서관닷컴 승인 2023.01.02 11:15 의견 0

전국 부동산 시장이 거래 절벽을 넘어 거래 빙하기를 맞고 있다.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등 겹겹이 쌓인 악재들로 시장이 꽁꽁 얼어붙자 매수 심리가 게 눈 감추듯 사라졌다.

우리의 대표적 주거 양식은 아파트다. 전체 주택의 60%를 넘는다. 영어 'apartment'는 프랑스말 '아파르트망(appartement)'에서 유래했다. 영국에서는 'flat(플랫)'이라고 한다. 일본에서 아파트는 2~3층짜리 연립 목조가구를 뜻한다. 중국은 일반적으로 '공우(公寓, gongyu)'라 부른다. 아파트의 기원은 고대 로마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귀족들은 5층 건물을 지어 1층은 상가로, 2~4층은 세를 줬다고 한다. 주상복합건물의 효시인 셈이다.

아파트가 우리나라 땅에 처음 등장한 것은 일제 강점기 때다. '미쿠니(三國)아파트'가 그 출발이다. 일본 직원들의 관사로 1930년 서울 회현동에 3층짜리로 지어졌다. 처음에는 작은 규모였다가 1935년 내자동에 크게 건설했다. 당시 주거용 건물로는 최대 규모였다. 1932년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3가에 4층짜리 유림아파트가 건설됐다. 일본인 건축가 이름을 따서 '도요타 아파트'라고도 부른다. 유림아파트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임대사업을 위해 건설한 최초의 아파트였다. 주로 일본인들이 거주했다. 아파트는 광복 후 호텔로 사용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 현대적 개념의 아파트가 생겨나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쯤이다. 한국인의 손으로 만든 한국식 아파트는 그때 처음 선을 보였다. 강남이 개발되기 전에 부자들은 서울 강북에 대궐 같은 주택을 짓고 살았다. 그러다가 강북에서 강남으로 부의 이동이 나타나면서 강남 아파트는 부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강남발 아파트값 바람은 나비효과처럼 전체 주택 경기에 영향을 미쳤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 동네가 강남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국내 최초의 아파트도 강남에 있었을까? 1호 아파트들은 모두 강북에 있었다. 1970년대 이전 서울의 중심은 강북이었다. 1956년, 우리나라에서 처음 지어진 아파트가 서울 중구 주교동에 건립됐다. 중앙산업은 을지로4가와 청계천4가 주교동 230번지에 3층짜리 12세대가 살 수 있는 중앙아파트를 건설했다. 중앙산업은 1958년 최초의 서구식 아파트인 종암아파트를 성북구 종암동 고려대 옆 언덕에 건설했다. 아파트는 장안의 화젯거리였다. 이승만 대통령도 준공식에 참석했다. 종암아파트는 연탄보일러와 수세식 변기를 국내 처음으로 집안에 들여놨다. 17평형 4~5층의 3개 동 152가구. 방 2칸에 거실, 주방, 창고, 발코니까지 딸린 고급주택이었다. 예술인과 정치인, 교수 등 상류층이 주로 입주했다. 그런데 막상 분양에는 애를 먹었다. '높은 곳에서 잠자면 고공병에 걸린다'는 잘못된 소문 때문이었다.

1962년, 서울 마포구 도화동에 건립된 마포아파트는 단지형 아파트의 전형이었다. 대한주택공사의 첫 작품으로 1962년, 1964년 두 차례에 나눠 준공했다. 6층짜리 총 10개 동 564가구. 세면기, 욕조와 함께 수세식 화장실을 갖췄다. 마포아파트는 주위를 담장으로 두르고 그 안에 넓은 공터와 주차장, 어린이 놀이터 등과 같은 생활편의시설을 함께 조성했다. 그런데 1962년 말 입주가 시작됐을 때 값이 비싸 분양률은 10%에 그쳤다. 이후 정부의 홍보와 교수, 연예인 등 유명 인사들이 입주하면서 인식이 달라졌고, 2년 뒤엔 프리미엄까지 붙었다.

서울 강북 아파트는 최초의 기록을 휩쓸었다. 1967년 주상복합아파트(13층)의 효시인 서울 세운상가, 1968년 순수 주거용 최초의 고층 아파트인 서울 한남동 힐탑아파트, 1969년 첫 사전분양 제도와 모델하우스를 도입한 서울 동부이촌동 한강맨션아파트, 1971년 고층단지 아파트 첫 주자인 여의도 시범아파트 건립 등등. 그렇다고 마냥 장밋빛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속성 개발의 대명사인 1970년 서울 마포구 와우아파트 붕괴사고라는 참사도 있었다.

세기의 명언 "아는 것이 힘이다"를 말한 영국의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1561~1626)은 이런 말도 했다. "집을 짓는 것은 살기 위해서이지 남에게 보이기 위해서는 아니다."

*'한국아파트신문'에 연재하고 있는 '김규회의 色다른 상식'

저작권자 ⓒ 도서관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