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반전] '4'가 불길한 숫자라고?

도서관닷컴이 전하는 상식 이야기

도서관닷컴 승인 2023.04.09 14:52 의견 0

1, 2, 3, 4…. 숫자는 우리가 사는 세상 어디에나 존재한다. 바로 서 있거나 뒤집혀 있거나 크거나 작거나 모양도 가지각색인 채로. 언어가 달라도 숫자는 세계 어느 곳에서나 통한다. 숫자는 가장 강력한 세계 공통어다.

수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쐐기문자, 이집트의 그림 문자, 중국의 뜻글자에서 찾아볼 수 있다. 현재 쓰고 있는 아라비아 숫자는 이름만 보면 아라비아 사람들이 만든 것 같다. 하지만 아랍인의 발명품이 아니다. 원래 인도에서 유래한 것을 아랍인들이 북아프리카와 스페인을 거쳐 유럽으로 전하면서 아라비아 숫자로 이름 붙었다. 2세기경 인도의 산스크리트어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숫자에 사람들은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좋은 이미지와 긍정적인 숫자가 있는 반면,이질감이나 꺼림칙하게 생각하는 숫자가 있다. 중국인들은 유독 '8'에 열광한다. 중국어로 8자의 발음이 '큰 돈을 번다'는 파차이(發財)의 발(發)과 유사해서다.

2011년 11월 11일 11시 11분 11초. '11'이 2번 겹쳐도 난리인데, 6번이나 이어진다. 2011년 빼빼로데이는 1천 년에 한 번 찾아오는 '밀레니엄 빼빼로데이'라고 해서 마케팅 특수를 톡톡히 누렸다.

숫자 '7'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행운의 숫자(lucky seven)로 불린다. 7은 기독교적인 개념을 내포한 숫자라고 할 수 있다. 7은 하늘의 완전수(성부·성자·성령)와 지상의 완전수(동·서·남·북)가 합해진 수라고 의미를 부여한다. 천지창조가 7일 동안에 이뤄졌고, 일주일 중에서 7번째 날은 일요일이다.

반면 숫자 '4'는 기피하는 숫자의 대명사로 취급된다. 우리 생활 속에서도 숫자 4는 언제부턴가 거북한, 불길한 숫자로 여겨지고 있다. 엘리베이터에는 층 표시가 4 대신 F로 표시돼 있거나 아예 4를 건너뛰고 5로 표기된 경우도 있다. 공식적으로도 4자 사용을 꺼리는 습관과 관습도 생겼다. 부지불식간에 4는 한자 죽을 사(死)와 발음이 같다는 이유로 나쁜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4'는 나쁜 숫자인가. 그렇지 않다. 네 잎 클로버는 행운의 상징으로 잘 알려져 있다. 역사적으로 우리 민족은 4라는 숫자를 길한 숫자, 행운의 숫자, 성스러운 숫자로 받아들였다. 방향을 나타내는 동·서·남·북과 계절을 표시하는 봄·여름·가을·겨울이 모두 4로 구성돼 있다. 4대(四大)성인, 생년월일시를 말하는 사주(四柱), 팔과 다리를 나타내는 사지(四肢), 매란국죽(梅蘭菊竹)의 사군자(四君子), 관혼상제의 사례(四禮) 등 숫자 4를 중요한 의미에 사용한 사례가 많다.

고대 그리스의 피타고라스 학파에서는 4를 사물의 바탕이나 중심이 되는 중요한 수로 여겼다. 세상이 점·선·면·입체의 4가지로 구성돼 있다거나 물·불·흙·공기의 4원소로 구성됐다는 주장을 통해 4와 관련된 것이 가장 균형적이라고 생각했다. 또 4는 안정적인 숫자다. 자동차 바퀴가 4개고, 야구에서는 4번이 중심 타선이다. 축구 경기장에서부터 체스판에 이르기까지 모든 경기도 4각의 틀을 기본으로 삼는다.

그러면 언제부터 4를 불길한 숫자로 생각하게 됐을까. 20세기에 들어와 일본의 침략을 받으면서 4가 악마의 숫자로 변했다는 얘기가 있다. 하지만 이는 객관적, 실증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설에 불과하다. '4=죽음'이라는 생각은 우리가 한자를 쓰면서 왜곡해서 나쁜 의미를 부여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11세기 클뤼니 교단의 성직자였던 로돌푸스 글라버는 "4를 통해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아래 세계와 앞으로 다가올 저 위의 세계를 이해하게 된다"며 숫자 4를 찬미했다.

*'한국아파트신문'에 연재하고 있는 '김규회의 色다른 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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