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반전] '중국발 황사' 옛날엔 없었을까

도서관닷컴이 전하는 상식 이야기

도서관닷컴 승인 2023.05.22 16:16 의견 0

하늘이 희뿌옇고 매캐한 공기가 하늘을 덮는다. 봄에만 들이닥치던 황사가 이제는 계절을 가리지 않고 마구 날라온다. 전형적인 황사철이 따로 없다. 가을 겨울에도 황사가 불청객처럼 느닷없이 찾아온다.

중국발 황사의 영향으로 서울권역 기준으로 올해 들어 4월까지 미세먼지 주의보나 경보가 발령된 날은 9일로 2015년 이래 가장 많았다. 미세먼지(Particulate Matter, PM)는 대기 중에 떠다니며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먼지다. 입자의 지름이 10㎛(마이크로미터, 1㎛=100만분의 1m) 이하의 먼지를 말한다. 초미세먼지는 입자의 지름이 PM-2.5 이하인 경우다.

미세먼지 주의보는 시간당 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150㎍/㎥당 이상이면 발령된다. 미세먼지 경보는 미세먼지 농도가 300㎍/㎥ 이상으로 2시간 이상 지속하면 발령된다. 황사 위기경보 기준은 관심, 주의, 경계, 심각의 총 4단계다. 경계는 1시간 평균 농도 800㎍/㎥ 이상이 2시간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내려진다.

황사(黃砂, sand dust)는 주로 건조기인 봄철에 몽골이나 중국의 사막지대 등에서 발생한 흙먼지가 바람에 의해 날아와 시정(視程) 장애를 일으키는 현상이다.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황사의 고향은 중국 황허(黃河) 유역·타클라마칸 사막, 몽골 고비사막 등이다.

이 황사가 한반도까지 이동하는 데는 거리, 풍속 등에 따라 1~5일 정도 걸린다. 황사가 한 번 발생할 때 동반하는 먼지의 양은 약 100만 톤이다. 황사 발원지에서 배출되는 먼지량의 약 30%는 발원지에 가라앉는다. 20%는 주변 지역으로 날아가고, 나머지 50%가 한국·일본·태평양 등으로 날아가 침전된다.

황사로 인한 미세먼지는 기관지염, 감기, 천식 등 호흡기 질환은 물론 심혈관 질환, 피부 질환, 안구 질환 등 각종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먼지가 몸에 쌓이면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져 감기에 자주 걸리기도 한다. 눈에 황사 먼지가 들어가면 눈이 뻑뻑해지고 결막염에 걸리는 경우도 많다.

시중에 황사와 삼겹살의 궁합 얘기가 있다. 삼겹살이 황사에 든 중금속을 체외로 배출하는 디톡스 식품으로 알려져서 나온 오해다. 과거 광부들이 탄광 일을 마치고 술을 마실 때 주로 삼겹살을 안주 삼아 먹던 데서 생긴 인식일 뿐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 황사와 담배는 최악의 궁합이다. 호흡기로 들어온 미세먼지가 담배연기를 타고 폐 깊숙이 침투할 수 있다.

미세먼지의 영향을 덜 받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게 좋다. 물은 유해물질을 희석시키고 식도와 위를 통해 유해물질이 몸 밖으로 빠져나가게 도와준다.

'더스트 포비아'는 현대에만 있는 현상일까. 옛날에는 황사가 없었을까? 그렇지 않다. 황사는 '삼국사기'에도 기록돼 있을 정도로 아주 오래됐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황사 발생에 관한 최초 기록은 신라 때다. 신라 아달라왕 21년(174년) 음력 1월 기록에 '우토(雨士)'라는 표현이 나온다. 우토는 흙비를 말하는데 모래흙이 비처럼 떨어지는 현상을 뜻한다. 신라 자비왕 21년(478년), 효소왕 8년(700년)에도 '노란 비와 붉은 눈이 내렸다'는 기록이 있다.

백제 근구왕 5년(379년), 무왕 7년(606년)에도 '흙비가 내렸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이후 고려시대, 조선시대에도 흙비인 황사가 있었다는 사실이 문헌에 나온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황사라는 표현은 일제 강점기인 1915년에 처음 나타난다.

황사의 기원은 지질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역사시대 이전에도 황사 현상이 있었다는 사실은 뢰스지대의 분포를 통해 알 수 있다. 뢰스는 신생대 제4기 경(180만 년 전)에 형성된 지형으로 바람에 의해 침적한 모래와 진흙이 섞인 점토다. 뢰스지대는 현재 세계 지표면의 10%를 차지한다. 그중 가장 두텁고 넓은 지역은 오늘날 황사가 발원되는 지역과 일치한다.

과거 단순한 흙먼지였던 황사가 점차 독사(毒沙)로 변하고 있다. 황사발 미세먼지의 직격탄을 피하려면 황사 경보 때 외출을 자제하는 것이 상책이다.

*'한국아파트신문'에 연재하고 있는 '김규회의 色다른 상식'

저작권자 ⓒ 도서관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