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책은] 도서관 역사를 제대로 정립해 사회적 기억으로 발전시켜야

<한국 근대 도서관 100년의 여정;우리나라 근대 공공도서관의 발자취를 찾아서>

도서관닷컴 승인 2023.05.29 14:42 | 최종 수정 2024.09.05 10:32 의견 0
송승섭 지음·도연문고·428쪽·2만5000원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무얼까. 과거의 사실에서 현재를 바르게 이해하는 단서를 찾고, 역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개인과 집단 정체성의 근거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바른 역사 인식과 지식은 현재의 당면한 문제를 잘 해결하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가는 준비 그 자체다. 우리 사회의 여러 부문에서 근대의 시작과 의미, 정착되고 확장하는 과정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도서관 분야는 자신의 시원에 대해 크게 관심을 두고 있지 않은 듯하다. 물론 그동안 도서관 역사에 대한 관심이 아주 없진 않았다. 관련한 논문이나 책들이 여럿 있다. 몇몇 연구자들이 근대 또는 일제강점기, 해방 이후 도서관 역사를 탐구하고 있지만 여전히 충분한 논의로까지 확장되지는 못하고 있다. 이처럼 도서관계에서는 근현대 역사에 대해 아직 깊이있는 탐구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도서관들은 디지털 시대와 팬데믹, 경제위기나 저출산 고령화 사회로의 급격한 전환 등으로 인해 다각적인 위기와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럴수록 도서관들은 우리 자신의 역사 인식은 어떠한가에 대해 치열하게 질문하고 답을 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도서관이라는 용어는 언제부터, 어떤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했을까. 우리나라에서 근대적 의미의 공공도서관은 언제, 어떤 모습으로 처음 시작되었을까 등등. 일반적으로 1901년 부산에서 시작한 홍도회 도서실에서 그 기원을 찾는다. 과연 그렇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과 답을 찾는 노력에서 현실의 다양한 문제들을 극복하고 새로운 도서관 미래를 만들어 가는 견고한 힘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한국도서관사연구회와 같은 자발적인 연구 모임이 생기고, 근대 도서관 역사가 100년을 지나면서 도서관 현장에서도 도서관 역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한 논문들이 발표되면서 논의를 촉발하고 있다. 때마침 송승섭 명지대 교수가 우리나라 근대 공공도서관 역사를 정리한 시의성있는 책을 펴냈다.

송 교수는 오랫동안 현장에서 실무를 했던 전문 사서이자, 대학으로 자리를 옮겨 후학들을 가르쳐온 문헌정보학자다. 사서이자 학자로 지내오는 동안 많은 활동을 했지만, 최근 몇 년 동안은 집중적으로 도서관 역사에 대해 연구하고 글을 썼다. 이런 결과물들은 그 동안 집필해 온 10여 권의 책과 100여 편의 글들 못지않게 큰 중요성을 가진다. 그가 2020년 동료들과 함께 '한국도서관사연구회'를 만들면서 쓴 창립선언문에서 그 의미를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유구한 역사와 함께한 도서관의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는 도서관과 함께 성장하고 풍요로워진 역사적 경험이 부족합니다. 도서관이 사회 발전에 기여한 역사적 기억들을 시민들과 공유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우리 도서관의 역사를 제대로 정립하지 못하고 사회적 기억으로 발전시키지 못한 것은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훼손한 수많은 사변과 함께 일제강점기라는 오욕의 역사에 기인한 바 큽니다만, 무엇보다도 한때는 시대의 선각자로서 교육자로서 지식의 수호자로서 존재했던 사서들, 넓게는 도서관인들이 그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최근 우리 스스로 도서관 역사를 제대로 정립해야 한다는 내부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송 교수는 이런 문제의식과 시대의 요구를 받아들여 지난 3여년 동안 우리나라 근대 도서관, 특히 공공도서관 역사에 관해 6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그 논문을 중심으로 2건의 프로젝트와 2건의 주제발표, 『한국도서관사』(2019, 한국도서관협회) 등의 기존 연구와 저서에서 다룬 내용의 전제 또는 일부 고갱이를 뽑고, 《내일신문》에 연재한 '도서관 역사탐구' 시리즈 기사 등을 더해 이번에 『한국 근대 도서관 100년의 여정;우리나라 근대 공공도서관의 발자취를 찾아서』를 출간하게 됐다.

송 교수는 정년을 앞두고 우리나라 근대 100년 동안의 공공도서관 역사를 아우르는 시론을 쓰고 싶어 책 제목을 '한국 근대 도서관 100년의 여정'으로 정했으나 개화기와 일제강점기에 치중했기 때문에 아직은 상징적 표현이라며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그는 이번 책 출간에 이어 미 군정기와 한국전쟁, 산업화 시기와 민주화 시기, 밀레니엄 시기를 세분해서 더 깊이 있는 연구를 계속 이어갈 계획임을 밝혔다. 그러나 그는 페이스북에 책 출간 소회를 밝히면서 우리나라 도서관 역사에서 '찾아서 밝혀야 하고 분석하며 고증해야 할 역사적 사실이 많이 남아있다'며 이는 후학의 역할과 몫으로 남겨두고자 한다고 말했다.

책을 선택하고 읽는다는 것은 저자와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우리나라 근대 공공도서관 역사에 대한 열정으로 쉽지 않은 탐구의 여정을 정리한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또 한사람의 근대 도서관 역사 탐구자이며 연구자라고 할 수 있다. 앞선 세대들이 만들어 온 성취 또는 실패, 암울했지만 치열하기도 했던 도서관 역사를 따라가면서 혹시 놓쳤거나 추가할 사실은 없는지 등을 꼼꼼하게 들여다 볼 수 있게 된다.

이 책을 계기로 우리나라 도서관, 공공도서관 뿐 아니라 대학도서관 등 모든 영역에서 근대 이후 역사를 치밀하게 정리하는 작업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해본다. 이같은 역사 연구나 찾기에 대한 관심의 확장은 결국 우리 도서관들의 현실을 더 단단하게 만들고 개혁적인 미래를 만드는 구체적 힘으로 작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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