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유전자 잘라내고 교체하고 유전질환 예방시대 곧 온다"

유전자가위 석학 김진수 박사 "유전자 편집기술 여러 분야에서 창업 가능"

도서관닷컴 승인 2023.08.24 10:33 | 최종 수정 2024.11.22 10:09 의견 0

"10년, 20년 내 유전자 교정이 여러 분야에서 실현돼 삶의 미래를 바꿀 것이다."

김진수 박사(59‧싱가포르국립대 초빙교수)는 8월 23일(수) 서울 세종대로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열린 (사)한국지식재산기자협회(회장 김용철, SBS 부국장) 초청 '수월회' 포럼에서 '차세대 유전자 교정 기술(Next-Generation Genome Editing)'이라는 주제로 그간의 연구 성과와 향후 방향에 대한 설명과 간담회를 가졌다.

서울대 화학부 교수와 IBS(기초과학연구원) 유전체교정연구단장 등을 지낸 김 박사는 유전자 가위(gene scissor)를 이용한 유전체 교정 분야에서 세계적 석학으로 자타 공인하는 최고의 전문가다. 3세대 유전자 가위에 속하는 '크리스퍼 카스9(CRISPR Cas9)' 는 '캐스9(Cas9)'이라는 효소로 DNA 염기서열의 특정 부위의 유전자를 정교하게 잘라내고, 동시에 원하는 유전자를 교체하는 유전자 편집 기술이다. 유전자 편집 기술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김 박사는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에서 아데닌(A) 염기를 교정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핵 밖에 있는 작은 기관. 에너지 생산을 맡고 있다. 미토콘드리아는 하나의 세포에서만 수백 개에서 수천 개가 존재하는데 엄마로부터 미토콘드리아 DNA를 물려받는다. 이 미토콘드리아 DNA에 변이가 일어나면 5만 명 중 1명 꼴로 심각한 유전질환이 발생한다. 김 박사에 따르면 실제 건강한 젊은 사람들 중에 갑자기 실명이 되는 경우도 있으며, 발병률은 남성이 90%를 차지한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미토콘드리아에서 아데닌 염기를 교정하는 기술로 돌연변이를 고쳐 선(先)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김 박사는 인류가 당면한 최대 난제인 기후변화 위기(Global Warming and Climate Crisis)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유전자 교정 기술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이 지금처럼 계속 증가한다면 2100년쯤엔 지구 평균온도가 4도 상승해 인간을 포함한 많은 생명체들이 멸종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김 박사는 식물의 엽록체(Chloroplasts) 유전자에 주목하고 있다. 김 박사는 "식물을 이용한 방법이 가장 친환경적인 방법"이라며 "엽록체에서는 광합성이 일어나는데, 광합성은 탄소 배출 저감과 관련이 깊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유전자 편집으로 생장 속도를 높인 나무를 키워 광합성을 늘린다면 탄소저감의 대안이 될 것"이라고 제시했다.

유전자 가위 기술은 '게임 체인저'로 불린다. 이 원천 기술 확보를 위해 세계는 치열한 각축을 벌이고 있고 이 과정에서 크리스퍼를 이용한 진핵세포 특허권을 놓고 분쟁이 지속되고 있다. 특허권 등 지식재산권의 확보는 유전자 기술의 상용화를 위한 필수적인 열쇠다. 김 박사는 수천억 가치의 원천 기술을 위해서라면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한다며 한국 바이오기업 창업과 성장을 막는 국내법 체계의 아쉬운 대목도 언급했다. 김 박사는 '엣진(Edgene, 유전자 교정으로 미토콘드리아 질환을 치료하는 기술을 개발)'과 '그린진(GreenGene, 식물 엽록체를 교정해 광합성 효율을 늘려 탄소저감에 활용)' 등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세포 소기관의 유전자 편집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다. 김 박사는 "과학자들이 연쇄 창업가가 되는 게 중요하다"며 신기술을 연구‧개발하고, 그 신기술로 세상을 변화시키겠다고 말했다.

글‧사진=김규회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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