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반전] 국내 첫 흑백TV・컬러TV 제조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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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05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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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시행령이 7월 12일 공포·시행돼 한동안 '뜨거운 감자'였던 TV(KBS·EBS) 수신료 분리징수가 일단 확정됐다. 구체적인 징수방안은 논란 중이다. 1994년 수신료를 전기요금에 합산하는 통합징수제가 시행된 지 30년 만의 큰 변화다.
대한민국 땅에서 TV가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1954년 7월 30일. 이날 미국 RCA사 한국대리점(KORCAD)이 20인치 화면의 TV를 전격 공개했다. 당시는 라디오도 귀한 시절이라 이 TV는 한동안 장안의 화제였다.
우리나라 최초의 TV방송국은 1956년 5월 설립됐다. KORCAD가 RCA와 합작해 한국 RCA 배급사를 출범시키면서 TV방송국을 개설한 것이다. 상업방송인 HLKZ-TV는 운영에 어려움을 겪다가 1961년 10월 문을 닫았고 그해 12월 국영 TV(현 KBS)가 처음으로 개국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명실공히 세계 최정상의 기업이다. 우리나라 첫 TV는 삼성 제품이었을까. 삼성은 최초 기록 보유자는 아니다. 흑백 TV는 금성사에, 컬러 TV는 아남산업에 밀렸다.
우리나라에서 첫 TV 생산이 추진된 것은 1963년 무렵. 이때까지 국내에는 미국과 일본에서 수입된 TV만 유통되고 있었다. 정부는 1965년 말 'TV 부품 도입에 소요되는 외화는 라디오를 수출해 벌어들인 달러를 활용한다'는 등의 조건을 달아 금성사(현 LG전자)에 부품 수입을 허가했다. 금성사는 발 빠르게 일본 히타치(日立)사와 기술 도입 계약을 체결하고 TV 생산을 본격화했다.
금성사는 1966년 8월 우리나라 최초로 'VD-191' 48㎝(19인치)짜리 흑백 TV 500대를 생산했다. 시장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TV 한 대 가격은 6만8000원. 당시 쌀 약 27가마에 해당하는 거금이었다. '최초의 국산 TV'는 KBS에서 공개 추첨을 통해 당첨된 사람에게만 팔았을 정도로 인기가 매우 높았다.
금성사의 트레이드마크는 'GoldStar'다. GoldStar는 우리나라 전자제품의 대표적 심벌이었다. 금성사는 1960년대 한국 전자산업의 메카로서 일인천하 시대를 구가했다. 1959년 대한민국 최초의 라디오 생산을 시작으로, 1960년 선풍기, 1965년 냉장고, 1966년 흑백 TV, 1968년 에어컨, 1969년 세탁기 등 거의 모든 품목에서 국산 1호 기록을 수립하며 국민생활에 대혁신을 가져왔다.
삼성전자는 1970년에야 일본의 산요(三洋)와 합작으로 흑백 TV를 생산했다. 독자적으로 흑백 TV 생산에 성공한 것은 1972년이다. 컬러 TV는 삼성이 금성사보다 한발 앞섰다. 삼성은 1976년 컬러 TV 자체 개발에 성공했다. 당시 국내에서는 "사치를 조장하고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이유로 컬러 TV 방송을 금지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삼성의 컬러 TV는 전량 수출됐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컬러 TV 1호의 주연은 삼성이 아닌 아남산업이다. 아남은 1974년 '전자산업의 꽃'이라 불리는 컬러 TV를 우리나라 최초로 만들었다. 당시 세계적인 가전회사인 마쓰시타(松下)전기와 합작했다는 소식은 전자업계의 빅뉴스였다. 신문들은 앞다퉈 "우리나라도 컬러 TV를 생산해 수출하게 됐다"며 대서특필했다.
아남은 1974년 1월 국내 컬러 TV 1호기 'CT-201'을 생산했다. 합작회사인 한국내쇼날이 마련한 상설 전시관에는 컬러 TV를 보기 위해 5만여 명의 인파가 몰렸다. 내쇼날은 마쓰시타전기의 상표인데 2008년 10월부터 파나소닉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당시 컬러 TV 가격은 14인치가 32만6000원, 20인치가 42만4000원 선이었다. 국내 컬러 TV 방송은 1980년이 돼서야 시작됐다. 그해 8월 정부는 국산 컬러 TV의 국내 판매를 허용했다. 컬러 TV 보급률은 1990년 중반쯤 100%를 넘어서게 된다.
1960, 1970년대 흑백 TV 시절, TV는 세상을 웃고 울리는 이야기 상자였다. 그 시절 TV는 바보상자가 아닌 정(情)을 주워 담는 보물상자로 기억된다.
*'한국아파트신문'에 연재하고 있는 '김규회의 色다른 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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