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반전] 선글라스는 누가 언제 왜 만들었을까?

도서관닷컴이 전하는 상식 이야기

도서관닷컴 승인 2023.09.18 09:20 의견 0

강한 햇살이 내리쬐는 여름철에는 눈의 보디가드인 선글라스(Sunglass)가 필수장비다. 자외선이 창이라면 선글라스는 방패다. 자외선으로부터 효과적인 방어책은 선글라스 착용이다.

창에 무방비로 자꾸 찔리다 보면 눈은 골병이 든다. 시신경이 자극돼 눈동자의 충혈, 각막 화상, 시력 감퇴를 부른다. 자외선에 오래 노출되면 피부를 떠받치고 있는 콜라겐과 엘라스틴이 감소해 탄력이 떨어져 주름이 생기고 주근깨나 기미 등 잡티가 생길 수도 있다.

선글라스는 자외선 차단율이 생명줄. 강렬한 햇볕이나 반사광선으로부터의 자외선 차단은 선글라스의 제일 중요한 임무다. 렌즈의 코팅 색상은 자외선 차단율과 상관관계가 있다. 색상에 따라 자외선 투과율이 다르기 때문이다. 렌즈 색은 검은색부터 회색, 녹색, 갈색, 노란색, 빨간색, 파란색, 보라색 등 다양하다. 여러 색이 층층이 섞여 있는 것도 있다. 노란색 렌즈는 노란색 계통의 빛을 투과시키고 나머지는 차단하는 식이다.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는 색상은 스모그(회색) 계열, 갈색 계열, 노란색(황색) 계열 등 3가지. 가장 무난한 색은 스모그 계열이다. 색의 왜곡 현상이 적어 다양한 색의 가시광선을 골고루 흡수하며 자연에 가까운 색을 보여준다. 너무 짙은 검은색 선글라스를 쓰면 더 잘 보기 위해 동공이 커지기 때문에 되도록 피하는 게 좋다.

선글라스처럼 간단하면서도 당당하게 상대를 압도하는 분위기를 연출하는 무기는 드물다. 이미지 정치의 시대였던 권위주의 정권 시절, 박정희 대통령의 선글라스를 낀 모습은 카리스마를 풍겼고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신분으로 미국을 방문해 존 F. 케네디 대통령과 대담할 당시 백악관 실내에서조차 선글라스를 썼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선글라스 애용은 일종의 편집증처럼 보인다. 검정색 선글라스를 쓰고 인민복을 입은 모습은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한국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으로 영웅이 된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 역시 검은 선글라스에 코코넛 파이프를 문 모습은 전매특허다. 케네디 대통령의 부인 재클린 케네디도 선글라스 애용가로 유명하다. 그녀는 오버사이즈 선글라스를 즐겨 착용했다.

선글라스의 획기적 발전은 미국에서 비롯됐다. 1930년대 미국의 존 매크레디(Jhon Macgready) 육군항공단 중위가 바슈롬(Bausch & Lomb) 사에 조종사를 위한 보안경 제작을 의뢰하면서 본격 발화했다. 바슈롬 사는 각고의 노력 끝에 고공비행 중 강렬한 햇빛을 막아주는 선글라스를 개발했다. 바슈롬 사가 '눈부심 방지'로 특허를 획득해 렌즈를 만든 건 1936년의 일이다. 바슈롬 사가 생산한 안경은 태양광선을 막는다는 뜻에서 '레이밴(Ray Ban)'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우리식으로 발음해 '라이방'이 됐다. 라이방은 선글라스의 대명사였다. 1970년대 당시 젊은이들이 가장 갖고 싶어 하는 물건 중의 하나가 라이방이었다.

선글라스가 처음 세상에 등장한 무대는 서양일까? 그렇지 않다. 놀랍게도 선글라스의 기원은 서양이 아니라 동양이다. 바로 중국이다. 오래된 안경이나 선글라스의 역사에 관해 주로 집필해온 프랑카 아체렌자는 '아이웨어'라는 책에서 선글라스는 중국 송나라 때 판관(判官)들이 죄인을 심문할 때 자신의 표정을 숨기기 위해 만들었다는 흥미로운 주장을 내놓았다.

당시 선글라스는 수정에 연기를 쬐어 검게 한 안경이었다. 이렇게 연수정(煙水晶)을 이용해 색안경을 만들어 쓴 것이 선글라스의 시초였다. 이 검댕으로 칠해진 선글라스의 안경알은 도수가 없었다. 뿌연 연수정을 렌즈로 썼기 때문에 시야도 밝지 못했다. 원래 연수정을 이용한 안경은 처음에는 단순히 눈부심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재판관들이 주로 썼다. 범인이 재판관의 눈치를 살피지 못 하게 하는 데는 선글라스만 한 게 없었기 때문이다.

선글라스는 사람의 심상을 나타내는 눈을 감춘다. 마음의 색안경은 벗자.

*'한국아파트신문'에 연재하고 있는 '김규회의 色다른 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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