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반전] '깃털의 마술' 배드민턴 기원과 원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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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닷컴 승인 2023.10.15 16:09 의견 0

'셔틀콕의 여제' 안세영(21) 선수가 최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46년 만에 한국인 첫 단식 챔피언에 올랐다. 한국 배드민턴 역사를 새로 쓴 순간이다.

그는 지난 7월 31일부터 세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올해 참가한 12개 국제대회에서 세계선수권 포함 우승 8차례, 준우승 3차례 등 가히 놀랄만한 기록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랜드슬램(세계선수권과 올림픽,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의 첫 단추를 꿰었으니 다음 목표는 오는 23일 개막하는 항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이다.

배드민턴(Badminton)은 유연한 손목 힘, 다람쥐 같은 순발력, 강인한 체력의 3박자가 요구된다. 제대로 뛴 1세트(3게임)는 농구 전·후반을 뛴 것과 맞먹는 운동량이다. 정식 게임은 야외가 아닌 실내에서 열린다. 셔틀콕(shuttlecock)이 바람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네트 높이는 1m 55cm. 코트의 규격은 세로 13.4m (라인 포함), 가로 6.1m. 천장 높이는 국제대회의 경우 최소 7.9m 이상이다. 점수는 21점의 랠리시스템이다.

기본 필살기로는 상대방의 키를 넘겨서 멀리 보내는 클리어(clear), 위에서 강하게 내리꽂는 스매싱(smashing), 네트를 스치듯이 낮게 넘어감과 동시에 급속히 떨어지는 드롭샷(dropshot), 상대 네트를 감질나게 넘기는 헤어핀(hairpin), 수평선을 그리듯이 빠른 속도로 날아가게 치는 드라이브(drive) 등이 있다.

셔틀콕은 마치 고공낙하를 펼치는 '스카이다이버(skydiver)' 같다. 무서운 속도로 질주하다가도 낙하산을 편 듯 유유히 코트 구석구석에 떨어진다. 이 '낙하산 효과'로 인해 셔틀콕은 질풍 같은 속도로 출발하고도 한쪽 코트 길이의 마지노선을 넘어가지 않는 것이다. 셔틀콕의 순간 속도는 엄청나다. 상대방은 시속 300㎞의 속도로 날아오는 셔틀콕을 받아내야 한다. 셔틀콕은 작은 코르크 반구에 새의 깃털을 박은 것으로 무게는 약 5.5g 정도. 깃털의 재료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국제대회에서는 거위 깃털의 셔틀콕을 사용한다.

우리나라에 배드민턴이 언제 누구에 의해 소개됐는지는 정확한 기록이 없다. 광복 후 미군 장교들에 의해 보급된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BWF(Badminton World Federation, 세계배드민턴연맹)가 주최하는 대회가 가장 권위 있는 국제 배드민턴대회다. 세계배드민턴선수권대회라고도 불리며, 과거의 공식 대회명은 IBF(International Badminton Federation, 국제배드민턴연맹)였다. 올림픽과 함께 가장 많은 랭킹포인트가 주어진다. 올림픽에서는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때부터 처음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배드민턴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에서는 국기(國技)라고 불릴 정도로 '국민 스포츠'로 통한다. 배드민턴의 종주국은 동남아일까? 그렇지 않다. 기원은 인도고 원조는 영국이다. 배드민턴이라는 이름은 영국의 뷰포드 공작(Duke of Beauford)의 영지인 글로스터셔(Gloucestershire) 주 배드민턴 마을에서 유래했다. 1870년경 인도 뭄바이 근교의 푸나 마을에서는 푸나(Poona)라는 게임이 유행했다. 푸나 게임은 코르크로 만든 볼에 새의 깃털을 꽂아 그것을 손바닥이나 빨래방망이(battledore) 등으로 쳐서 넘기는 식이었다.

1873년쯤 당시 인도에 주둔하고 있던 영국 장교가 귀국 후 이 놀이를 퍼뜨리면서 경기로 만든 것이 배드민턴의 유래다. 배드민턴은 일반적으로 뷰포드 공작 저택의 홀(hall) 안에서 행해진 근대식 경기로 알려져 있다. 당시 배드민턴은 매너가 대단히 엄격했다. 옷깃이 달린 컬러 셔츠에 상의를 단정히 입고 실크해트(silk hat : 남자가 쓰는 정장용 서양 모자)를 쓴 신사 복장으로 게임을 했다.

배드민턴은 깃털의 마술이다. 유능제강(柔能制剛). 강하기만 하면 부러지기 쉽다. 오히려 부드러워야 강함을 제어할 수 있다. 배드민턴의 요체다.

*'한국아파트신문'에 연재하고 있는 '김규회의 色다른 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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