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독서] 700 vs 400,000…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영웅 서사극
북리뷰 <고려전쟁:고려의 영웅들(상,하)>
…11월 1~2주차 신간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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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18 16:11 | 최종 수정 2023.12.08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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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길승수의 펜 아래 고려의 숨겨진 영웅들이 <고려거란전쟁:고려의 영웅들(상,하)>을 통해 다시 태어났다. 이 책은 11월부터 방영되고 있는 KBS 50주년 특별기획 대하사극 '고려거란전쟁'의 원작이다.
10세기 초, 한때 찬란했던 신라는 그 영광을 잃어가고, 왕건에 의해 세워진 고려가 한반도의 지배 세력으로 떠오른다. 왕건의 꿈, 그리고 그의 북진정책 아래 고구려의 후예들은 자신들의 영토를 되찾고자 한다. 그러나 북쪽의 거대한 제국 거란은 계속 세력을 불려 나가면서 만리장성을 넘어 '연운16주'라는 지금의 중국 북경을 포함하는 지역을 차지하고 제국으로 성장한다.
고려와 거란 사이에 팽팽한 전운이 감돌던 중 993년, 거란의 소손녕이 고려를 침공한다. 이른바 '거란의 1차 침공'이다. 서희의 활약으로 거란을 막아내고 협상을 통해 압록강 남쪽의 땅인 '강동6주'를 개척한다. 그로부터 17년 후. 당시 고려에서는 고려 왕 목종이 폐위되고 현종을 옹립한다. 동아시아 최강자로 군림한 거란 황제 야율융서는 이를 구실로 직접 40만 대군을 이끌고 고려 정벌에 나선다.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 빠진 고려는 항복 대신 항전을 선포하고 고려를 구하기 위해 이길 방법을 찾는다. 이 책은 고려와 거란의 전란 중, 거란의 두 번째 고려 침공(1010년)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서북면도순검사 양규. 조선에 이순신이 있다면 고려에는 양규가 있었다. 양규는 고려시대에 나라를 구한 명장으로 기억되었으나 조선이 건국되면서 잊힌 인물이 됐다. 양규가 700명의 결사대로 이뤄낸 곽주탈환작전은 소설의 백미다. 양규를 비롯한 용장들의 분전으로 거란군은 수만 명의 사상자를 내고, 압록강을 건너 퇴각할 때 말과 낙타, 무기를 모두 잃어버리고 빈 몸으로 돌아갔다. 사실상 패전과 다름없었다. 양규 외에 구주별장 김숙흥, 통군녹사 조원, 애수진장 강민첨, 강감찬 장군, 현종 등도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중심인물이다. 특히, 중하급 관료인 조원과 강민철은 특별한 역할을 한다.
당대 고려를 둘러싼 주변 상황과 주요 사건, 그리고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인물들을 충분한 고증과 연구 끝에 흥미진진한 이야기 안으로 불러냈다는 점, 서희와 강감찬 뒤에 가려졌던 고려의 명장 양규를 재조명해 이순신 장군에 버금가는 또 한 사람의 명장을 회자하게 했다는 점 등은 이 소설만이 가지는 독특한 매력이다. 이 책은 고려 거란 전쟁에 관한 원천 콘텐츠로서 다양한 장르로 개발하는 데 있어 학술적 토론, 그리고 일반 독자들의 이해를 넓히는 데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보인다.
김규회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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