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어둠 속에서야말로 싹이 트고 꽃이 피어난다는 것, 이것은 정말 위대한 일이다"
12월 4~5주차 신간도서 <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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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3 10:34 | 최종 수정 2024.01.03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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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어둡고 무서운, 나쁜 것이란 생각이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잠도 자기 싫어했다. 1년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날은 하지고, 그다음은 동지였다. 하지는 낮이 제일 기니까 좋았고 동지는 이제 더 이상은 나빠질 일 없이 낮이 조금씩 길어지겠지 싶어서 그랬다. 그러나 다시 돌아보니 치유도 언제나 밤에 일어났다. 어린 시절 엄마가 말하곤 했었다. "자라, 자고 나면 나아 있을 거야." 자고 일어나면 신기하게도 많은 것이 달라져 있기도 했다. 자고 일어나면 내 바지가 껑충해지고 옷소매가 짧아져 있기도 했다. 비단 인간에게만 그런 것은 아니어서, 하동에 와서 살다 보니 자고 일어나면 아랫집 감나무가 초록초록 했고, 자고 일어나면 길가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들어 있기도 했다. 해가 있어야 싹이 튼다고 생각하지만 어둠 속에서야말로 싹이 트고 꽃이 피어난다는 것, 이것은 정말 위대한 일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밤에 자랐고, 고통 중에 성숙했고, 아프고 나서야 키가 반 뼘쯤 자란 것일까. p258~259. <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공지영 지음, 해냄) 중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후 3년 만에 내놓은 베스트셀러 작가 공지영의 신작 에세이. 순례의 여정 속에서 만난 치열한 자기 성찰의 기록이다. 영성 고백과 삶에 대한 절절한 통찰이 담겨 있다. 각 순례지가 던져준 삶의 메시지를 자신의 현실로 가져와 묵상하고, 현재와 과거, 하동과 예루살렘을 교차하며 진한 감동을 전한다. 평사리에서 예루살렘, 그리고 다시 평사리로 돌아오는 순환의 여정은 직접 촬영한 수십 편의 사진을 통해 더욱 생생하고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솔직한 인생 고백과 자기 반성, 고통 속에서 길어올린 깊은 깨달음을 특유의 매혹적인 문장에 담아내 '공지영표' 산문의 진수를 다시 한 번 깊이 느끼게 한다.
김규회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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