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위대한 동로마제국 황제, 알렉시오스 1세

<알렉시아드:황제의 딸이 남긴 위대하고 매혹적인 중세의 일대기>
안나 콤니니 지음‧장인식 여지현 유동수 김연수 옮김‧544쪽‧히스토리퀸‧2만6100원

도서관닷컴 승인 2024.02.02 15:49 | 최종 수정 2024.02.02 16:00 의견 0

동로마제국의 황녀이자 서구 최초 여성 역사가 안나 콤니니의 특별한 역사서. 콘스탄티노폴리스가 수도였던 동로마는 로마 제국이 동서로 분할된 395년부터 1453년까지 존속했다. 12세기 콘스탄티노폴리스는 유럽에서 가장 크고 부유한 도시였다. 그녀의 시선에서 풀어쓴 방대하고 파란만장한 중세 동로마와 십자군의 전쟁사, 제국을 부흥시킨 위대한 로마의 황제였던 알렉시오스 1세의 일대기가 펼쳐진다. 그녀는 아버지의 이름을 따서 책 이름을 <알렉시아드>로 정했다.

지속되는 내분과 쿠데타, 동요하는 민중 속에서 혜성처럼 떠오른 장군 알렉시오스. 그는 황제가 된 후 노르만족, 페체네그족, 튀르크인 등 사방을 둘러싼 적과 전쟁을 치르다가 서방 로마의 교황에게 용병을 요청해 중세 유럽 역사의 한 획을 그은 1차 십자군의 신호탄을 울렸다. 그러자 타란트의 보에몽, 고드프루아 드 부용, 툴루즈 백작 레몽 등의 내로라하는 서유럽 영주들이 동로마 황실에 발을 딛게 된다. 알렉시오스 1세는 이들과 분쟁을 한 뒤 충성 서약을 받아냈다. 이후 세 영주를 중심으로 예루살렘을 향한 위험천만한 여정이 시작되고, 알렉시오스는 '성전'을 이용해 적을 물리치고 안티오히아 등의 영토를 확보해 무너졌던 동로마제국의 위상을 회복한다.

저자 안나 콤니니는 몰락하던 동로마제국에 희망의 빛이 보이던 1083년, 알렉시오스 1세 콤니노스와 이리니 두케나가 황제와 황후가 된 지 2년 만에 태어난 장녀였다. 황제와 황후의 장녀이자, 황위 계승 서열 1위로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자랐다. 이름을 날리던 학자들의 가르침을 받아 사과(四科;기하학, 음악, 천문학, 산술학으로 중세 기초 학문 네 가지)뿐 아니라 수사학,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문과 플라톤의 대화록을 독파했다. 화려했던 안나의 인생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순간이 있었으니, 이는 쿠데타였다. 알렉시오스는 죽기 직전 동생 요안니스를 황제로 임명했다. 안나는 이에 불만을 품고 남편을 황제로 만들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다. 하지만 제국에 충성을 바치기로 결심한 남편의 반대로 실패했다. 1118년, 요안니스 2세의 명령으로 안나는 케하리토메네 수도원으로 추방당했다. 아버지가 자신을 선택하지 않았지만, 평생 제국에 몸 바친 사실을 알고 있었던 안나는 아버지를 존경하고 있었다. 그녀는 죽은 남편이 남긴 초안을 보았고, 이를 토대로 아버지의 일대기를 15권에 걸쳐 편찬했다. 이것이 바로 <알렉시아드>였다.

"내가 이 글을 쓰는 목적은 침묵 속에 잠기거나 시간의 흐름에 휩쓸려 망각의 바다로 쓸려가서는 안 될 내 아버지의 위업에 대한 기록을 남기는 것이다. 그가 황제로서 이룬 업적뿐 아니라, 제위에 오르기 전 다른 이들을 섬기면서 한 일들까지도.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너무나도 찬란했던 그의 일생이 미래 세대를 위해 기록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가장 위대한 공적이라 할지라도 역사라는 기록을 통해 보존되고 보호받지 못한다면, 싸늘한 침묵 속으로 사라질 테니 말이다."_서문에서

<알렉시아드>는 한 황제의 통치 시기를 무려 15권에 걸쳐 서술했고, 안나가 살았던 동로마제국을 넘어 중세 유럽의 전쟁, 무기, 전술 등을 풍부하고 세세하게 알려주는 귀중한 사료다. 이를 통해 동로마제국의 상류층이 십자군 전쟁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도 엿볼 수 있다. 고전 그리스어로 집필했으며 여러 고전과 성경 등을 풍부하게 인용해 문학사적으로도 중요한 가치가 있는 대작이다.

김규회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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