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 도서관과 첫 공공도서관은?

도서관닷컴 승인 2024.02.19 13:06 의견 0
사진=도서관닷컴

도서관이 편안하고 친숙한 생활 속 복합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현존하는 세계 최대 도서관은 1897년 개관한 미국 의회도서관(LC·Library of Congress)이다.

"세계가 어느 날 갑자기 붕괴하더라도 의회도서관만 건재하다면 복구는 시간문제다." 미국 의회도서관의 위상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다. LC는 세계적인 보물에 가깝다. 다른 나라 도서관의 추종을 불허한다. 서가 길이만 해도 1000㎞가 넘는다. 의사당 바로 뒤편에 있다. 제퍼슨 도서관을 비롯해 3개의 건물로 구성돼 있다. 1980년부터 17년간의 보수를 거쳐 지금의 모습이 됐다. 미국은 도서관 천국이다. 그 흔한 맥도날드 지점보다 도서관이 2만 개나 많다.

우리나라 최초의 도서관은 고구려의 경당(扃堂)이다. 사설 학술기관이었던 경당은 서적을 수집해 여러 사람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일종의 도서관 구실을 했다. 평민 자제들이 이곳에 모여 경전을 읽고 궁술을 익혔다. 고려시대 때는 서경(西京·현재의 평양)에 세운 수서원(修書院)이 도서관 역할을 했다. 궁궐 밖에 설립돼 서적의 수집, 보존, 정리 및 활용에 관한 업무를 담당했다. 조선시대에는 세종 때의 집현전(集賢殿)이나 정조 때의 규장각(奎章閣)을 비롯해 많은 왕실도서관이 있었다.

현재 우리나라 도서관의 쌍두마차는 국립중앙도서관과 국회도서관이다. 하나는 국가도서관이고, 또 하나는 의회도서관이다. 소장 자료는 국립중앙도서관이 1370만여 점, 국회도서관이 820만여 점에 달한다.

국가대표 도서관인 국립중앙도서관은 국가 차원에서 모든 간행물의 납본을 받아 국가의 지적 문화유산으로 보존하는 역할을 한다. 전신은 조선총독부 도서관이다. 일제는 1923년 11월 서울 소공동 소재 옛 남별궁 터에 조선총독부 도서관을 세웠다. 1945년 10월 국립도서관으로 이름을 바꿔 역사적인 개관을 했다. 초대 관장에는 이재욱, 부관장에는 박봉석이 임명됐다. 박봉석(朴奉石·1905~1950납북)은 국내 1호 사서로 한국 도서관의 아버지로 불린다. 이후 국립도서관은 1963년 10월 국립중앙도서관으로 개칭했다. 1974년 12월 남산 어린이회관으로 자리를 옮겼고, 1998년 5월 초현대식 건물을 신축해 서울 서초동 시대를 열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공공도서관은 국립중앙도서관일까. 국립중앙도서관은 엄밀히 말해 공공도서관이 아니다. 도서관법에서 규정한 국가대표 도서관이다. 도서관법에서 "공공도서관은 공중의 정보이용·문화활동·독서활동 및 평생교육을 위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설립·운영하는 도서관 또는 법인, 단체 및 개인이 설립·운영하는 도서관"으로 정의하고 있다. 국립중앙도서관은 국가차원에서 모든 간행물의 납본을 받아 국가의 소중한 지적 문화유산으로 보존하는 역할을 한다.

기록상 가장 먼저 지어진 첫 공공도서관은 1901년 10월 건립된 부산광역시립 시민도서관이다. 이 도서관의 모태는 1897년 5월 일본홍도회가 부산에 설치한 독서구락부다. 1919년 4월 일제에 의해 부산 부립도서관으로 운영됐다.

우리 민족 스스로 만든 대한도서관(大韓圖書館)과 대동서관(大同書館)이 우리나라 공공도서관의 실질적인 효시라고 할 수 있다. 1906년 당시 서울에는 대한도서관이, 평양에는 대동서관이 설립됐다. 대한도서관은 한국 최초로 시도된 국립도서관이다. 이범구, 윤치호 등이 대한도서관의 설립을 추진했다. 그러나 1910년 일제에 나라를 빼앗기는 바람에 끝내 빛을 보지 못했다.

대동서관은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 공공도서관이다. 1906년 3월 평양에서 진문옥, 곽용순, 김흥윤 등이 8000원의 기금을 조성해 설립·운영했다. 대동서관은 비록 규모는 작았지만 서적 발간과 무료 열람 등 도서관사에 큰 이정표를 남겼다.

국립중앙도서관 수장 자리가 2022년 9월부터 오리무중이다. 국가 도서관장의 장기간 공백은 누가 보더라도 상식적이지 않다. 아르헨티나의 작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1899~1986)는 1955년 아르헨티나 국립도서관 관장에 취임해 시력을 상실했음에도 무려 18년간 소임을 다했다. 국가의 랜드마크 도서관이 그 나라의 문화를 가름하는 척도가 된다고 한다. 문화적 거울의 요체인 도서관에 무심한 나라에는 미래가 없다.

*'한국아파트신문'에 연재하고 있는 '김규회의 色다른 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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