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AI의 불길한 그림자 예보

<밤의, 소설가>
조광희 지음‧196쪽‧문학과지성사‧1만6000원

도서관닷컴 승인 2024.04.24 08:56 의견 0

변호사인 저자의 세 번째 장편소설. 소설은 액자식 구성을 취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레비'와 무명작가 한건우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저자는 한건우의 자살이라는 사건을 중심에 두고 여성인 윤밤의와 주인공 한건우, 레비의 서사를 차례로 추적하며 이야기를 재구성한다. AI가 직접적으로 인간의 삶에 개입하는 과정을 그려나가면서 현대사회를 향한 묵직한 질문을 잇따라 던진다.

"건우는 당연한 진리를 다시 절감한다. 세상과 삶은 그저 존재하는 것이지, 그 가치 때문에 정당화되는 게 아니라는 걸. 우주의 희망이라서 의미를 부여받는다는 건 인류의 한낱 망상이다. 세상과 삶은 의미와 무관하다. 건우는 자신의 삶을 부정하고, 문학을 모욕하며, 인간의 명예를 훼손하는 레비에게 차라리 복종해버릴까 하는 충동마저 느낀다. 그래, 레비의 노예로 살아가는 것도 한 방법이지. 알아서 머리를 조아리고 굴레를 쓰면 레비가 일용할 양식은 주지 않을까? 하지만 그것조차 건우가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세상은 어차피 그렇게 흘러갈 것이다." _p160~161

AI 레비는 단순한 프로그램을 넘어 한건우와 인간과 다름없이 자연스러운 대화를 이어나가고 기계 학습에 따른 세세한 조언을 제공한다. 레비에게 의존할수록 주체적 판단에 대한 의심은 강해지고, 성공을 향한 열망에 눈이 먼 한건우는 끝내 기이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눈부신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AI는 우리 일상 깊숙이 자리 잡아가고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 인류가 직면하게 될 풍경은, 미처 상상하지 못했던 지점에서 공동의 책임을 물으며 내일로 나아가려는 발목을 붙잡을지 모른다. 이 책은 빠르게 발전하는 AI 시대 속에서 숨차게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가장 근본적인 질문들을 한 움큼 건네준다.

김규회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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