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반전] 국제바둑연맹 가입국 절반이 유럽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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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8 16:54 | 최종 수정 2024.05.28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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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여자바둑 세계 최고 고수들이 한국에 모인다. 한국기원은 지난달 "8월에 최강의 여자 프로바둑기사들이 참가하는 세계 대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일본 '센코컵 월드바둑여자최강전', 중국 '오청원배 세계여자바둑대회'에 이어 대한민국 주최의 세계 바둑대회가 개막 팡파르를 울린다.
바둑은 한자로 '棋(기)' 또는 '碁(기)'라고 쓴다. 한국에서는 바둑이라 부르지만, 일본은 '고(GO)', 중국은 '웨이치(WEICHI, 圍棋)'라고 한다. 가로 42.5cm, 세로 45.5cm의 나무판의 반상(盤上)에 놓이는 바둑알은 흑돌 181개, 백돌 180개다. 반상 위에 가로세로 각 19개의 평행선이 만들어내는 361개의 칸이 집이다.
바둑의 수는 변화무쌍해 흔히 인생에 비유되고는 한다. 돌들이 접촉하는 과정에서 돌의 삶과 죽음이 일어난다. 숨 막히는 수읽기와 손에 땀을 쥐는 계가(計家). 집과 포로(사석)의 합이 많으면 승리하는데, 도중에 한쪽이 돌을 던져도(불계승, 不計勝) 게임은 종료된다. 아마추어는 공인 7단, 프로는 9단이 최고다. 프로 초단은 수졸(守拙), 9단은 입신(入神)이라고 부른다.
국수(國手)는 나라의 으뜸으로 최고수를 말한다. 조선시대에는 유성룡, 유찬홍, 김만수 등을 국수라고 했다. 고향에서 바둑을 잘 두는 사람은 '향기(鄕棋)', 도에서 잘 두는 사람은 '도기(道棋)'라고 했다. 한국기원은 일본에서 한 해에 메이진(名人), 혼인보(本因坊), 기세이(碁聖) 등 3대 타이틀을 차지하며 대삼관(大三冠)에 오른 조치훈에게 '국수' 칭호를 부여했다.
바둑은 약 4000년 전 중국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다. 중국의 삼황오제 시절 요(堯) 임금이 어리석은 아들 단주(丹朱)를 깨우치려 만들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시대 고구려의 승려 도림(道林)이 백제의 개로왕(蓋鹵王)과 바둑을 뒀다는 얘기가 <삼국사기>에 전해지고 있다. 바둑이 근대적인 게임의 토대를 갖추게 된 것은 일본에서다. 일본 막부(幕府)시대에 바둑은 국기(國技)였다. 바둑을 업으로 삼는 기사(棋士) 제도와 혼인보가(本因坊家) 등의 바둑 문파가 이때 생겨났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기보는 오(吳)나라의 장수 손책(孫策)과 여범(呂範)의 기보다. 위작이라는 설도 있지만, 송나라 때의 바둑 고전 <망우청락집(忘憂淸樂集)>에 그 내용이 실려 있다. 국내 기보로서 가장 오래된 것은 갑신정변의 주역 김옥균(1851~1894)이 일본 망명 시절인 1866년 일본 바둑계의 최고봉이던 혼인보 슈에이와 뒀던 6점 접바둑이다. 이 기보는 1992년 바둑 서지학자 안영이 씨에 의해 일본에서 발견됐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프로기전은 1956년 시작된 국수전(國手戰)이다. 국수 계보는 한국 바둑 일인자 계보의 산실이었다. 한국인 최초 프로 바둑 기사 조남철(1923~2006)은 초대 국수에 올라 9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바둑은 동아시아 한자문화권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한·중·일 3강과 대만이 세계 바둑의 중심에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바둑은 동아시아권에서만 둘까. 프로기사 대부분은 이곳에 있지만 바둑이 동아시아권의 전유물은 아니다. 바둑은 전 세계적인 놀이다. 국제바둑연맹(IGF)에는 77개국이 등록돼 있는데 유럽이 39개국으로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미주 15개국, 아프리카 3개국도 IGF에 등록돼 있다. 놀랍게도 독일은 1909년 독일 바둑 신문(Deutsche Go Zeitung)을 발행하고 1957년 제1회 유럽바둑콩그레스(European Go Cogress)를 개최했다. 이 대회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바둑은 대표적인 마인드 게임이자 지적 게임이다. "배불리 먹고 종일토록 마음을 쓰는 일이 없으면 곤란한 일이다. 바둑 두는 사람도 있지 않은가. 이런 것이라도 하는 것이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공자님 말씀이다.
*'한국아파트신문'에 연재하고 있는 '김규회의 色다른 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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