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운문학도서관] 문학에 담긴 한국의 얼과 정서를 그대에게

서울에서 즐기는 우리 향취의 휴식, 종로 청운 문학도서관

도서관닷컴 승인 2024.06.07 11:51 의견 0

'바쁘다 바빠.' 많은 현대인의 공감을 얻고 있는 문구 '워라밸'이 사회의 주요 키워드가 됐다. 양질의 '쉼'은 현대인에게 매우 중요하다. 서울 도심의 복잡스런 일상에서 서향(書香)을 느끼며 '쉼'을 실천할 수 있는 공간이 종로에 위치한 '청운 문학도서관'이다. 종로구 최초의 한옥 공공 도서관인 청운 문학도서관은 독서와 사색, 휴식 공간뿐만 아니라 다양한 독서 문화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종로구 최초의 한옥 공공 도서관

청운 문학도서관은 2014년 11월 개관했다. 풀숲의 녹음(綠陰)과 수성동 계곡의 자연풍경이 어우러진 인왕산 한 자락에 위치해 있다. 원래 이곳은 청운공원 관리소로 쓰이던 낡은 건물이 있었다. 종로구는 주변의 고즈넉한 자연환경과 인근에 윤동주 문학관이 위치한 좋은 입지여서 해당 건물을 구민 공간으로 기획하기로 했다. 기존의 낡은 건물을 철거하거나 버리는 대신, 이곳이 주는 옛 정취를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탄생한 공간이 청운 문학도서관이다.

청운 문학도서관은 '문학도서관'이라는 명칭에 걸맞게 문학 자료들을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우리의 얼과 정서를 담은 한국문학 작품들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는 한옥으로 지어진 도서관의 건물 특징과도 잘 어울린다. '우리 민족의 문학을 담으려면, 그 그릇 역시 우리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 가장 알맞다'는 종로구의 도서관 설계 의도를 파악해볼 수 있다.

실용적 공간과 서정적 공간의 조화

도서관 1층은 현대적 구조의 건물로, 2층은 한옥을 살린 전통적인 건물로 되어 있다. 한옥 건물의 건축적 특성상 천장과 방의 면적,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하는 구조, 냉난방 문제 등 다양한 문제점들이 있었다. 종로구는 이러한 한계점을 파악해 각 층의 용도를 나눠 1층과 2층의 구조를 달리 설계했다. 1층의 자료실 및 열람실 공간이 한옥 건물 대신에 넓고 효율적인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현대식 건물로 지어진 이유다.

1,2층이 각각 현대식 건물과 한옥으로 설계되긴 했지만, 실제로 방문해보면 두 공간이 크게 이질적이지는 않다. 오히려 두 층이 용도에 맞게 잘 분리되었으면서도, 하나의 도서관으로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준다. 1층에는 대숲으로 꾸민 중정(中庭) 같은 공간이 있고, 책을 읽을 수 있는 열람 공간의 벽 한 편은 유리창으로 되어 있어 주변의 자연 풍경을 함께 즐길 수 있다.

1층이 현대적 열람실의 공간을 제공한다면, 2층은 전통 한옥의 편안한 안락함과 주변 풍경의 서정적 분위기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되어 있다. 창작실이 있는 한옥 본채는 다양한 독서 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다. 그 중에는 문학인들을 위한 '작가의 방'도 마련되어 있다. 창작실에서 이용객들은 각자의 업무 혹은 과제를 하거나, 책을 읽기도 했다.

본채 옆에 있는 정자에서는 시 낭송 음반을 들을 수 있다. 정자 앞에는 계단식 폭포와 연못이 조성되어 있다. 열려있는 창문을 통해 청명한 하늘과 쏟아지는 폭포를 감상하듯 즐길 수 있다. 정자와 본채의 창문 사이로 폭포수와 바람 소리, 새소리가 앙상블을 이뤄 멋진 자연의 소리를 연출한다. 이런 소음이 좀 시끄럽지는 않을까 우려가 되기도 했지만, 실제로 들어보니 자연스러운 백색소음이 되어 오히려 편했다. 자연속에서 진짜 '쉼'을 실천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는 '도서관'이라는 공간이 마냥 정적인 공간이어야 한다는 편견을 깨뜨려주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도심에서 느끼는 우리 색의 '쉼'

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도서 자료는 3만4300여 권. 자료가 아주 많은 편은 아니지만, 우리의 정취를 느끼며 우리 문학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도심 속에서 자연과 운치를 느끼고 싶을 때, 큰 시간을 들이지 않고 찾아올 수 있는 공간이 강점이다.

실제로 도서관을 방문할 당시 이용자들의 도서관 호평을 들을 수 있었다. "종로에도 이런 곳이 있었네, 너무 좋다"라는 감탄사를 연발하거나, 전화로 "종로의 청운 문학도서관이라고 있는데, 풍경이 너무 아름답고 좋다. 꼭 한 번 와봐~"라는 말이 들려왔다. 기자 역시 산 속의 맑은 공기와 탁 트인 푸르른 풍경에 진짜 휴식을 하러 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 도서관의 내부 시설도 쾌적해 독서를 하기에 좋은 환경을 갖췄다.

우리 선조들이 느꼈을 자연의 풍취와 한가로움을 느껴보고 싶은 사람, 도심 속에서 자연이 주는 여유를 만끽하고 싶은 사람, 마음을 쉬고 싶은 사람들에게 청운 문학도서관은 휴식의 비타민이 될 듯하다.

글·사진=이채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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