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반전] 나폴레옹은 키가 작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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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4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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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아기 손가락 같다.' 최근 미국 언론이 나폴레옹의 '3.8㎝ 주요 부위'를 소장한 미국인 여성의 사연을 다뤄서 화제다. 컬럼비아대 비뇨기과 교수였던 그녀의 아버지가 1977년 파리 경매에서 나폴레옹의 성기 표본을 3000달러(약 407만 원)에 낙찰받았다고 한다. 성기 표본은 나폴레옹의 임종을 지킨 한 성직자가 다른 유품들과 함께 보관하다 여러 사람을 거쳐 경매에 나왔다.
'나의 사전에 불가능이란 없다'라는 세기의 말을 남긴 프랑스 제1제국 초대 황제 나폴레옹 보나파르트(Napoleon Bonapart, 1769~1821).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혜성같이 나타나 불과 15년 만에 유럽 역사의 판도를 바꿨다.
나폴레옹이 등장할 무렵 프랑스는 시민혁명 이후 혼란 상태가 지속되고 있었다. 주변 국가들은 혹시 혁명의 불길이 자기네 나라에도 옮겨붙을까 노심초사하며 서로 동맹을 맺어 프랑스 혁명군을 압박했다. 그래서 프랑스 국경에는 늘 일촉즉발의 긴장이 감돌았고 이 때문에 국민들의 삶은 갈수록 피폐해졌다.
이 무렵 '불세출의 영웅' 나폴레옹이 프랑스를 구하기 위해 주변 동맹군과 전투를 벌였다. 프랑스 국민들은 권좌에 대한 욕심 없이 오로지 조국을 위하는 그의 모습에 감동했고, 그를 구세주로 생각했다. 심지어 베토벤은 그를 위해 '영웅 교향곡'을 만들기까지 했다. 나폴레옹은 유럽 전역을 누비며 용맹을 떨쳤다. 당시 유럽은 나폴레옹의 역사라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프랑스 혁명의 이념인 자유, 평등, 박애가 그를 통해 여러 나라에 자연스레 퍼져 나갔다.
나폴레옹의 끝없는 권력욕은 결국 철퇴를 맞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1814년 4월 황제에서 물러나 엘바섬에 유배됐다. 1815년 2월 엘바섬에서 탈출해 파리를 접수하고 '백일(정확히는 136일) 천하'를 시작했지만 워털루 전투의 패배로 운명이 판가름 났다. 프랑스 정치권은 더 이상 그를 신임하지 않았다. 대서양의 외딴섬 세인트헬레나로 유배된 나폴레옹은 1821년 5월 5일 51세의 나이로 파란만장한 영웅적 일생을 비극적 종말로 마치게 된다.
나폴레옹은 '땅꼬마'라고 불릴 정도로 작은 키의 대명사처럼 회자된다. 단신(短身)임에도 부하들을 휘어잡아 세계를 호령하고 정복했다는 사실은 그를 더 드라마틱한 영웅으로 만들었다. 일부에서는 작은 키가 그를 채찍질하는 계기가 됐다고도 말한다. 이른바 '나폴레옹 콤플렉스'설이다. 물론 나폴레옹을 틈만 나면 깎아내리려는 영국의 '못된 심보'도 작용했을 것이다.
나폴레옹은 정말 키가 작았을까. 키가 작다는 것은 부검 이후 그의 키가 '5피트 2인치(157.5㎝)'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나온 말이다. 실은 프랑스의 '피에'로 계산된 '5피에 2인치'가 영국식 피트 단위로 잘못 둔갑해 와전된 것이다. 프랑스의 길이 단위인 '피에(1 pied=32.48㎝)'는 영국의 '피트(1 feet=30.48㎝)'보다 2㎝ 정도 길었다. 피에와 피트는 같은 의미지만 길이가 엄연히 달랐다. 또한 피에의 길이도 프랑스, 그리스, 로마, 이집트 등 나라마다 차이가 있었다.
나폴레옹의 키는 영미식 피트로 환산하면 약 '5피트 6인치'로 167.6㎝ 정도다. 당시 프랑스 성인 남성의 평균 키가 164.1㎝였으니 나폴레옹은 평균보다 3.5㎝나 더 컸던 셈이다. 나폴레옹의 트레이드마크 중 하나가 검은색 삼각모다. 억측이지만, 키가 작다고 생각했으면 모자를 세로로 각을 세워 키가 커 보이게 했을 것이다.
나폴레옹은 황실 근위병을 이끌고 다니며 전쟁했다. 황실 근위병은 프랑스 군대 정예 중의 정예다. 그들은 키가 평균 6피트 이상으로 장신이다. 나폴레옹이 그들 속에 있으면 작아 보이는 것은 당연했다. 어쩌면 그래서 그의 키가 작다는 말이 생겼을지 모른다. 다만 나폴레옹은 그 시대 군인들의 평균 체격보다는 작았던 것 같다. 나폴레옹의 전기를 쓴 크로닌의 견해에 따르면 나폴레옹은 좋은 신체 조건이 요구되는 병과(兵科)에서는 인정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한다.
*'한국아파트신문'에 연재하고 있는 '김규회의 色다른 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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