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반전] 오바마는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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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1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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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 13일 피격당한 직후 11월 대선 승리 굳히기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나왔었다. 이런 장밋빛 전망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의 새 후보로 등장하자 곧바로 흔들리고 있다.
미국 대선 10번 중 9번의 결과를 맞혀 '대선 족집게'로 불리는 미국의 역사학자는 해리스의 승리를 점쳤다. 해리스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거나 승패를 좌우할 7개 경합 주에서 동률을 보인다는 여론 조사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해리스는 현재 미국 최초의 흑인 부통령이며 첫 여성 부통령이다. 해리스가 이번 제47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를 거머쥘 경우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과 버락 후세인 오바마 주니어(Barack Hussein Obama Jr.) 전 대통령에 이은 두 번째 흑인 대통령의 신화를 쓰게 된다.
2008년 제44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버락 오바마는 미국 역사상 네 번째로 젊은 대통령이었다. 그의 나이 47세에 대통령이 됐다. 1619년 버지니아주 제임스타운에서 네덜란드 상선이 아프리카 출신 흑인 노예 20명을 매매한 지 389년 만의 일이었다. 미국이 건국된 지 232년 만에 처음으로 백악관 주인이 됐다. 하와이에서 태어난 오바마는 미국 본토 밖에서 출생한 첫 번째 미국 대통령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미국인들에게 오바마는 '검은 케네디(존 F. 케네디 전 대통령)'로 상징된다. 그의 이름 '버락'에는 '신의 축복'이라는 뜻이 담겼다. 오바마는 2004년 7월,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담대한 희망(The Audacity of Hope)'이라는 연설을 통해 무명의 정치인에서 일약 정계의 샛별로 떠올랐다. 4년 후 2008년 당내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의 대세론을 누르고 대선 본선에 진출했다. 파죽지세로 공화당 후보 존 매케인을 꺾었다. 미국 언론들은 앞다퉈 미국 첫 흑인 대통령의 탄생을 대서특필했다.
오바마 이전에도 대권에 도전한 흑인들은 있었다. 1972년 여성인 셜리 치솜이 대선 후보 경쟁에 뛰어든 이후, 제시 잭슨, 레노라 풀라니, 앨런 키스, 알 샤프턴, 캐럴 모슬리 브라운 등이 도전했다. 하지만 번번이 유색인종의 한계를 넘지 못했다.
오바마는 1961년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태어나 1979년 미국 본토로 건너가 명문 컬럼비아대와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했다. 이후 변호사를 거쳐 정치인으로 성장했다. 오바마는 2009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그의 수상에 미국도, 세계도 깜짝 놀랐다. 오바마가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 노벨평화상을 받은 것은 시어도어 루스벨트(1906년)와 우드로 윌슨(1919년) 전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다.
오바마는 2010년 인구센서스에서 자신을 흑인("I am black")이라고 표시했다. 흑인에 대한 자부심이 엿보인다. 오바마는 진짜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일까. 엄밀하게 말하면 '아니다'에 가깝다.
오바마는 케냐 출신 미국 유학생이었던 흑인 아버지(버락 오바마 시니어)와 캔자스 출신의 백인 어머니(앤 던햄)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머니는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 혈통을 이어받은 전형적인 백인이다. 오바마는 말하자면 인종 간 혼혈(Bi-racial)인 셈이다. 정확히는 흑백 혼혈이다. 뉴욕타임스는 대선이 한창이던 2008년 3월 "미국인이 그를 주목하는 이유는 바로 그가 미국 최초의 인종 간 혼혈 대통령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오바마는 미국인도 아니고 아프리카인도 아닌 아프리카계 혼혈 미국인(African American)이다. 오바마는 흑인임을 자처하지만 사실은 미국의 첫 비백인, 혹은 유색인 대통령이라고 해야 맞다.
백인, 흑인, 황인종 간 결합이 활발해진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오바마가 출생할 당시인 1961년만 해도 16개 이상의 주가 인종 간 결혼을 법으로 금지했다. 오바마의 당선은 단일 인종이 아닌 혼혈 인구가 미국 주류 사회를 접수하기 시작했다는 상징적 의미가 될 수도 있다.
*'한국아파트신문'에 연재하고 있는 '김규회의 色다른 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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