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술술] 사전 예약이라니…의미 중복 표현 이제 그만!

도서관닷컴 승인 2024.09.23 10:54 의견 0

글을 읽다 보면 가끔 눈에 거슬리는 표현이 나온다. 사전 예약, IT 기술 등이 그렇다.

'앞으로 일정한 계약을 맺을 것을 미리 약속하여 두는 계약'이라는 의미라면 그냥 '예약'이라고 하면 충분할 것을 굳이 '사전'이라는 군더더기를 붙여야 하는 걸까? '미리 예약한다'라는 말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일본 게임업계에서 사전 등록을 사전예약으로 쓴 게 우리나라에 들어와 고착화된 것으로 보인다.

마찬가지로 IT(Information Technology)라는 말에는 기술(Technology)이라는 뜻이 들어가 있다. IT가 영어 약자라 뜻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기술이라는 표현을 덧붙인 것 같다.

우리말에는 이처럼 의미가 중복된 단어가 많다. 예를 들면 깡통(can+통), 완두콩(豌豆+콩), 무궁화꽃(無窮花+꽃), 동해 바다(東海+바다) 등 일상생활에서 뜻이 중복됐다는 생각도 못한 채 사용하는 경우가 흔하다. 한자말과 우리말이 결합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영어 등 서구권 단어와 우리말이 같이 쓰인 경우도 많다.

대머리독수리에서 '독'은 대머리를 의미하는데, '독'의 의미를 모르고 대머리독수리라고 하는 경우다. 그냥 독수리는 '수리'라 부르면 된다. 이는 예전부터 한자어권에 속해 한자 어휘가 자연스럽게 우리말 표현에 스며들었고 거기에 우리말이 덧붙여 사용되다 보니 발생하는 일이다.

의미를 중복해 사용하면 뜻을 강조하는 측면도 있겠지만, 좀 더 간결하고 문법에 맞게 쓰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더욱 아름답고 멋진 우리말이 되지 않을까 싶다.

전성원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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