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닷컴
승인
2024.09.25 11:12
의견
0
9월 향기
말에 꽃이 피는 사람 있네
글꽃처럼
눈빛에도, 손끝에도, 목소리에도
향기 나는 사람 있네
무심하면 찾을 수 없는,
미워하면 금방 사라지는,
오만하면 더욱 맡을 수 없는
한 발짝 물러나야 보이고 기억되는
당신의
향기.
□□□
며칠 전이 추석이었습니다.
추석에는 떨어져 있던 가족이 모이지요.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의 향기를 맡은 적이 있나요?
모든 사람은, 아니 세상 모든 존재는 자기만의 항기가 있습니다.
문제는 그 향기를 언제 어디서나 감지할 수 없다는 거지요.
특히 누군가와 아주 가까이 오래도록 함께 있을 때입니다.
늘 보고 있기에 편안해지고, 덜 귀해지고, 다 받아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 사람은 향기 맡는 능력을 잃어버립니다.
상대가 끊임없이 향기를 내뿜어도 향기 맡는 능력을 잃어버려
향기가 없다고 여기는 것입니다.
미워해도, 자신이 오만해도 상대의 향기를 모릅니다.
돌이켜보면 사람은 스스로 인식하는 것보다,
혹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더 멋지고 아름답고 훌륭한 경우가 많습니다.
한발짝 물러나 바다를 바라보듯, 산을 쳐다보듯
사람을 관찰할 때 멋지고 아름다운 모습이 보이지요.
향기도 그렇습니다. 바로 앞에서 보이는 것만 보고자 하면
내면을 볼 수 없기에 상대가 속 깊은 곳에서부터 끌어올리는
향기를 알 수 없습니다.
사람의 향기를 맡으려면
사람은 누구나 '향기를 뿜는 고귀한 존재'임을 전제해야 합니다.
이 전제가 바로 한발짝 물러나는 방법입니다.
그러면 비로서 잃어버린 감각을 깨워, 향기를 맡을 수 있는 코를 갖게 될 겁니다.
시인 황인원
문학경영연구원장·도서출판 '넌참예뻐' 대표
저작권자 ⓒ 도서관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