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반전] 클레오파트라가 영웅들 유혹한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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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04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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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대 여성이 미인대회에 참가해서 화제다. 최순화(81) 씨는 지난달 말 열린 2024 미스 유니버스 코리아 최고령 참가자로 이름을 올렸다. 국제 미인대회 '미스 유니버스'의 한국 대표를 선발하기 위한 이 자리에는 32명의 후보가 경쟁했다. 흰색 드레스에 은발을 한 그녀는 비록 위너(Winner)상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영예로운 베스트 드레서상의 주인공이 됐다. 미스 유니버스 코리아에는 연령‧혼인의 유무 제약이 없다.
역사상 '절세미인'의 아이콘 하면 클레오파트라를 빼놓을 수 없다. 프랑스의 사상가 블레즈 파스칼은 "그녀의 코가 조금만 낮았더라면 역사가 바뀌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녀의 미모가 조금 덜했다면 최고 권력자들이 싸우지 않아 지금과는 다른 역사가 만들어졌을 것이라는 의미다. 클레오파트라는 엄밀히 말하면 클레오파트라 7세(Cleopatra Ⅶ, B.C. 69~B.C. 30)를 말한다. 그녀는 이집트 프롤레마이오스 왕조의 마지막 여왕이었다.
시대의 영웅인 로마의 카이사르와 안토니우스를 사랑의 노예로 만들어버린 클레오파트라. 그녀는 두 영웅을 치마폭에 휘감아 이집트 왕국을 20년간 꿋꿋하게 지켜냈다. 카이사르와 안토니우스는 세계 최강의 군대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녀의 봄바람 같은 유혹에 쉽게 무너졌다.
하지만 기원전 31년 옥타비아누스(후에 고대 로마의 초대 황제가 된 아우구스투스)가 이끄는 로마군이 악티움 해전에서 안토니우스가 이끄는 이집트군을 초토화했다. 싸움에서 참패한 안토니우스는 자살했다. 클레오파트라도 스스로 독사에 유방이 물려 죽는 자결을 선택했다. 이때 그녀의 나이가 39세다. 이로써 약 3000년 동안 지속된 고대 이집트 왕조는 막을 내리고, 아우구스투스에 의한 새로운 로마제국이 개막됐다.
훗날 클레오파트라는 천하미인의 이미지로 그려졌다. 엘리자베스 테일러 주연의 명화 '클레오파트라' 등 많은 작품이 앞다퉈 그녀의 미모를 부각해 흥행몰이를 했다. 고대 역사학자 디온 카시오스는 클레오파트라를 최고의 미인이자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마법을 지닌 여인으로 찬양했다.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도 작품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를 통해 그녀의 아름다움을 칭송했다.
클레오파트라는 절세미인이었을까. 여러 가지를 종합해 보면 "미모가 특출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안토니우스가 클레오파트라를 위해 만들었다는 로마의 동전에서 그 사실을 엿볼 수 있다. 매부리코에 살이 쪄서 도톰한 얼굴을 하고 있다. 코는 이상적인 로마 미인과 비교할 때 더 길었다. 또 당시에는 미인의 기준이 하얀 피부를 가진 여인이었는데, 피부도 약간 검은 편이었다.
그렇다면 클레오파트라는 어떻게 천하의 영웅들을 쉽게 유혹했을까. 한마디로 세련된 매너와 화술이 그들을 녹였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무척 총명했고, 지적인 자질이 뛰어났다고 한다. 많은 책을 읽어 높은 교양을 지닌 것은 물론, 외국어에도 천부적인 소질을 보였다.
고대 철학자 플루타르코스는 "그녀의 혀는 마치 각기 다른 음을 내는 여러 개의 악기와도 같았다. 구사할 수 있는 외국어는 에티오피아어, 아랍어, 시리아어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고 말했다. 카시우스는 "말재주가 아주 뛰어나서, 그녀와 대화를 나눈 사람은 그 누구라도 설복당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지적이고 사색적인 클레오파트라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재치와 센스가 넘쳐 상대는 무장해제 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프랑스 작가 피에르 드 브랑톰의 '고상한 부인들'은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안토니우스의 아내 옥타비아는 클레오파트라보다 100배는 더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여인이었다. 그런데도 안토니우스는 클레오파트라와 사랑에 빠져 다른 모든 것을 잊었다."
*한국아파트신문에 연재 중인 김규회의 '色다른 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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