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원한 생각놀이] 11월 가을 하늘

도서관닷컴 승인 2024.11.21 11:22 의견 0


11월 가을 하늘

양 끝을 잡아 당겨

팽팽해진 화선지 한 폭

그 위로 뭉게구름 한 방울

화르르 쏟아지더니

살면서 잃어버린

감탄

쭈욱 끌어올린다

아직은 냉랭한 봄 햇살도 품어내고

헐떡이는 무더위도 보듬어

제 마음 다스리고 다스린

한 눈에도

우아한

어느 중년 여자

□□□

가을 하늘을 보면 '우아하다'라는 단어가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우아하다'의 사전적 의미는 '고상하고 기품이 있으며 아름답다'입니다.

고상은 몸 안에서 작용하는 것이고, 기품은 몸 밖으로 드러나는 것입니다.

그러니 몸 안의 마음씨와 밖으로 드러나는 행동이 균형 있게 조화를 이뤄

아름답게 되면 '우아하다'고 표현할 수 있는 거지요.

이게 쉽지 않습니다. 안에 숨어 있는 것을 보통 마음이라고 부릅니다.

수많은 고통과 고난과 아픔을 겪고 다스려진 이후 형성된 넉넉함이 진짜배기 마음입니다.

이럴 때의 마음을 '고상하다'고 표현합니다. 그 고상함이 자연스럽게 몸 밖 행동으로

드러나면 사람들은 이를 일컬어 '기품있다'고 말하지요.

그래서 우아는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중년 이상의 사람에게 가능한 표현입니다.

산전수전 다 겪고 스스로 다듬고 다스린 이후의 모습이니까요.

가을 하늘에서 이런 모습을 봅니다. 뭉게구름이 있는 가을 하늘은

마치 화선지에 하얀 먹물 한 방울이 툭 떨어져 번진 듯한 모습입니다.

세상을 받아들이는 게 느긋하고 부드러우며 그야말로 우아합니다.

가을의 내력을 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가을은 봄과 여름을 지나야 합니다.

봄은 추위를 뚫고 불현듯 일어나지요.

여름은 무더위라는 고난 속에서 푸른 성장을 이룹니다.

그러니 가을은 봄과 여름의 아픔과 고통을 품고 넘어선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내면을 드러내 보이는 가을 하늘은 중년의 우아함을 닮지 않았나요?

여러분의 중년은 어떤가요? 우아한가요?

시인 황인원

문학경영연구원장·도서출판 '넘참예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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