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술술] 홈런 한 방이 필요해!

도서관닷컴 승인 2024.12.25 08:39 의견 0

야구에서 경기 후반 승부가 팽팽히 펼쳐져 결과를 예측할 수 없을 때 결정적 홈런 한 방이 경기를 매조짓는 경우가 많다. 축구에서는 이를 '극장골'이라고도 한다.

이 경우 홈런 '한 방'일까, '한방'일까?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한 방 먹이다'를 다음과 같이 풀이한다. ①(속되게) 세게 한 번 때리다. ②(속되게) 말 따위로 상대방에게 충격을 주다.

영어로 표현하자면 'one shot', 'one kill'이 될 수 있으니 '한 방'이 맞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신문기사 표기에서는 왕왕 한방이라고 붙여 쓰기도 한다. 아래는 신문기사 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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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하스 '한방 있네'

3연패 탈출 2위 삼성라이온즈…디아즈 한방, PO행 '매직넘버 2'

투수 4관왕 무산시키고, 5강 희망 되살린 한방… 오태곤, "정말 중요한 경기, 몸이 반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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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국어대사전>에는 한방이라는 항목에서 위에서 예를 든 한 방의 의미를 뜻하는 단어가 없다. 그런데도 왜 '한 방'을 '한방'이라고 굳이 붙여쓰는 걸까?

그건 아마도 우리말에서 '한'이라는 접두사가 주로 '크다', '많다'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홈런 한 방도 한방으로 쓴 것 아닌가 싶다. 이처럼 우리말에는 '한'을 접두사로 해서 만들어진 단어가 많다.

예를 들면, '한강'은 한국의 대표적인 강으로, '한'은 크고 넓음을 상징한다. 이는 한강이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강이라는 의미를 내포한다. '한민족'의 '한'은 여기서 크고 위대한 민족이라는 자부심과 정체성을 나타낸다. 이 외에도 '한자리', '한목소리', '한마음', '한가족', '한뜻', '한참', '한창' 등이 있다.

한편 '한발 물러서다', '한발 앞서다'의 경우 보통 한 발, 두 발로 생각해서인지 한 발로 띄어쓰는 사람이 많다. 여기서 한발은 '어떤 동작이나 행동이 다른 동작이나 행동보다 시간, 위치상으로 약간의 간격을 두고 일어남을 나타내는 말'을 뜻한다.

일상 생활에서 자주 사용되는 단어가 사전에 등재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한방도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면 사전에 등재될 수 있을까?

전성원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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