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와 여우가 우연히 맞닥뜨렸다. 호랑이는 먹잇감을 보자 신이 났다. 여우는 위기를 모면할 기막힌 꾀를 쥐어짠다. 여우는 호랑이에게 "나를 잡아먹으면 나를 '백수의 왕'으로 정하신 천제를 노하게 해서 천벌을 받게 된다"고 은근히 협박을 늘어놓는다. 여우는 "나를 보고 달아나지 않는 짐승은 없다"고 큰소리쳤다.

여우의 공언대로 여우를 본 짐승들은 내빼기에 바빴다. 호랑이는 여우 뒤를 따라가는 자신 때문에 짐승들이 도망가는 줄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여우의 '궁즉통(窮則通)'이 목숨을 살린 것이다. 이 이야기가 '여우가 호랑이의 위세를 빌려 호기를 부린다'는 뜻의 사자성어 '호가호위(狐假虎威)'의 유래다.

남의 권세를 빌려 허세를 부리는 일은 허다하다. 권세를 가진 사람들은 권력을 갖고 싶어 한다. 권력은 그냥 얻어지지 않는다. 전쟁이라도 하듯 치열한 다툼을 통해서 쥐게 된다. 권력만 좇다 보면 폭정과 폭력으로 비화해 심지어 나라가 두 쪽 나는 경우도 발생한다.

미국의 흑인 해방운동을 이끈 맬컴 엑스(Malcolm X, 1925~1965)는 권력의 속성에 대해 "권력은 결코 뒷걸음질 치지 않는다. 오직 더 큰 권력으로 향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공산주의 혁명가로 중화인민공화국의 국부인 마오쩌둥(毛澤東, 1893~ 1976)도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말을 남겼다. 마오쩌둥에게 권력은 곧 완력이고 힘이었다.

권위는 결코 권력으로 악용해서는 안 된다. 그런 권위에는 진정한 동료나 친구들이 없게 되고, 의구심과 질투심, 경쟁심만을 촉발한다. 참다운 리더라면 권력이 아닌 권위로 이끌어야 한다. 좋은 권위는 박수받을 만하다.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부모, 선배, 동료들의 좋은 행동이나 생각을 따라 하는 습관을 갖는다. 이런 '리더의 권위효과'는 다른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끼친다.

좋은 권위는 겸손함을 더할 때 빛을 발한다. 중국 삼국시대 촉한의 창업 군주인 유비는 뛰어난 책사였던 제갈량의 마음을 얻기 위해 낮은 자세로 세 번이나 찾아갔다. 이를 삼고초려(三顧草廬)라고 한다. 결국 제갈량을 군사(軍師)로 초빙했다. 유비는 스무 살이나 어린 제갈량을 스승처럼 정성과 예의로 대했다. 유비만이 갖고 있는 남다른 덕성의 권위는 상대방의 마음을 여는 열쇠로 작용한 것이다.

권위는 설득력을 높이는 매우 유효한 수단이다. 이른바 '권위자의 보증효과'가 나타난다. 권위자나 전문가의 의견을 원용함으로써 팩트에 대한 신빙성을 배가한다. 예를 들어 제약회사의 세일즈맨이 약효를 설명할 때 관련 분야의 전문가인 대학 교수나 약학자의 의견이 담긴 소개 자료를 내미는 경우다. 고객의 반응은 점점 긍정 모드로 전환되고, 제품에 대한 신뢰도는 급상승 곡선을 타게 된다.

참 권위는 남들이 인정해 주는 권위다. 권위는 저절로 생겨날 때 위력을 더 발휘한다. 권위는 리더에게만 주어지는 것도 아니고, 또 한 사람만의 독점물도 아니다. 누구에게나 어디에서든 상황에 맞는 권위가 있다. 친구, 동료 등 수평적인 관계의 틀 속에서도 권위는 존재한다. 4대 성인으로 불리는 공자(孔子, BC 551~ BC 479)는 <논어>에서 '삼인행 필유아사(三人行 必有我師)'라고 했다. 3명의 친구가 같이하면 그중에 꼭 본받을 만한 친구가 있다는 얘기다.

우리는 어떤 권위를 가져야 할까. 좋은 권위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 권위다. 나쁜 권위는 역주행하는 제왕적 권위다. 권위는 양날의 칼과 같다. 잘 쓰면 과일을 깎는 과도처럼 매우 유용하지만, 자칫 방심했다가는 자신의 몸을 벨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권위는 신뢰와 상통한다. 신뢰가 생기면 권위는 자연스레 따라오게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