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The show must go on'

토끼처럼 도약하는 2023년

도서관닷컴 승인 2023.01.02 21:39 | 최종 수정 2023.11.15 20:37 의견 0

희망찬 새해가 밝았다. 어느덧 도서관닷컴도 돌이 지났다. 세월은 빠르다. 시간은 앞만 보고 쉼없이 나아가니 어쩔수 없다. 시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차곡차곡 쌓여만 간다.

도서관닷컴은 초보운전 스티커없는 왕초보다. 시간과 경험이 필요하고, 배우고 깨칠 것이 너무 많다. 시작이 반이다. 그렇다. 첫발을 내딪지 않았다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았다. 거북이 걸음처럼 느리지만 진전이 있었다. 관객들이 조금씩 관심을 가지면서 조횟수가 늘었다. 고무적인 시그널이다.

도서관닷컴, 즉 도서관미디어는 몇 년 전부터 생각해왔다. 언론사에 있다보니 고리가 자연스레 연결됐다. 틈나는대로 새로운 콘텐츠 레시피를 구상했다. 따지고 보면 출하까지 꽤 시간이 걸린 셈이다. 한 번도 가지 않은 길, 막막했고 오기와 자신감이 충분치 않았다. 핵심포인트인 포트폴리오에서 매번 발목이 잡혔다. 수익모델도 명확하지 않은데 감당할 수 있게냐는 의심어린 눈총이 의욕을 꺾었다. 넘지 못할 산은 아예 접으라는 품평이다. 그런 연유 등으로 일기장처럼 고이 나만의 서랍에 봉인된 채 시간이 흘렀다.

대개 일은 데드라인이 임박해서야 부리나케 서두르게 된다. 굳이 계기라고 하면 곧 만기가 될 퇴직이다. 뭐든 고민 끝 결정은 순간이다. 실행은 번개처럼 빨라야 한다. 마감에 쫓기듯 일사천리로 개문발차했다.

도서관에 대해 대단한 사명감이나 특별한 철학이 있는건 아니다. 그렇지만 자존감은 있었다. 도서관이 사방팔방에 생겨난다. 덩달아 관객들도 신이나 오고간다. 하지만 뭔가 허전해 보였다. '나는' 알지만 '우리는'이 부족한. 그래서 전국의 도서관과 관객을 이어주는 색다르고 독특한 형태의 도서관뉴스 플랫폼 다리를 놓고 싶었다.

신장개업을 했지만 이곳을 알리 없다. 우선 테이블 세팅하듯 순서를 정하고 메뉴를 만들었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에게 자료를 부탁하고 개업소식을 알렸다. 세상은 냉정하다. 응답없는 메아리에 목소리톤이 작아지거나 잠겼다. 주눅이 들기도 했다. 매몰차게 박대하거나 따져묻기도 한다. 그럴 경우 회의와 무기력이 고개를 든다.

주변에서 때로 찬거리를 내주지만 관객들을 만족시키기엔 역부족이다. 1인 자영업의 한계다. 그럼에도 '열정페이'로 도와주는 덕인들이 있어 포기하지 않았다. 맨땅에 헤딩할 때 삽을 건네는 사람들의 고마움이란 잊을 수 없다. 반면 부정적 시선도 여전했다. 한 도서관장과 후배는 돈도 안 되는 일에 전전긍긍할 필요가 있냐며 활침을 놓기도 했다.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갈 길이 막히고 엔진은 섰다. 겹겹의 허들에 걸릴 때마다 '실패는 있어도 좌절은 없다'는 말을 불경외듯 읊조렸다.

이순의 나이에 시작한 일. '가장 늦을 때가 가장 빠를 때'라는 좋은 말도 있지만 현실에선 이른 나이가 아니다. 게다가 글솜씨도, 통찰력도, 도전정신도 턱없이 부족한 내가 이 거대한 프로젝트를 완성시킬 수 있을까. 밑천도 없는데 어떻게 집을 짓고 사람을 모을까. 비관론은 한여름 밤의 모기처럼 웅웅대고 몸을 축냈다. 그래서 새로운 다짐과 각오가 보약처럼 필요했다.

'The show must go on.' 학창시절 짧은 영어로 놓치지 않았던 경구다. 요즘 세상엔 어울리지 않는 개근상장 같은 것이다. 한 술에 배부르랴. 실을 한땀 한땀 꿰다보면 포근하고 따뜻한 옷이 된다. 도서관닷컴의 길은 두렵지만 한편 재미도 기대도 된다. 마중물이 되어 좋은 콘텐츠를 퍼올리고,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타자. 무지개는 나홀로 등장하지 않는 법이다. 꼭 비가 그친 뒤에야 참모습을 드러낸다. 걷기 시작한 올해가 도서관닷컴의 실질적 원년이다.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 무렵에야 날아오른다'는 말처럼 새로운 희망과 기대로 새해를 맞는다. 비상(飛上)을 준비하는 한 해를 기대해본다.

글·사진=김규회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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