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회 칼럼] 도서관장 임명, 상식과 원칙은 있나

도서관닷컴 승인 2023.07.05 18:04 | 최종 수정 2024.10.06 23:36 의견 0

도서관장하면 언뜻 선비 이미지가 떠오른다. 책을 벗삼으니 그렇다. 자리가 갖고 있는 은은한 명예와 권위도 존재한다. 과거 월간 <신동아>를 보면서 필자 이력을 훑어보는 것이 쏠쏠한 재미였다. 도서관장 이력이 나오면 마치 고향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가웠다. 그럴 때마다 도서관장이 되고 싶어졌다. 최근의 논란들을 지켜보면서 도서관장이 책을 지키는 북키퍼로 인식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서울은 대한민국의 바로미터다. 그 중심과 기준이 흔들리면 어떻게 되겠는가. 도서관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 마포구는 독단적이고 일방적으로 작은도서관을 스터디카페(독서실)로 전환하려고 했다. 우여곡절 끝에 유보로 결론 났지만 도서관장들은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을 뻔했다. 구로구는 구립도서관장 10명 중 무려 8명을 사서 자격증이 없는 비자격자로 교체하는 배짱을 부렸다. 이에 따라 구로구는 사서자격증 소지 관장 비율이 약 33.3%로 서울의 전체 공공도서관 평균 85.9%에 크게 못 미친다(2022년 12월 31일 기준). 구로구를 제외한 평균은 89.3%다. 그럼에도 궁색한 변명만 늘어놓고 정작 중요한 통계치에는 모르쇠로 일관한다. 심지어 5곳은 퇴직한 공무원이라고 하니 도서관장을 낙하산의 '인생 이모작' 일터로 착각하거나 혹은 장기판의 졸(卒)로 보는 것이다.

도서관법 '공공도서관장은 사서직으로 임명'

현행 도서관법은 '공립 공공도서관의 관장은 사서직으로 임명한다'(제34조 1항)고 명시하고 있다. 사서자격증 여부만 언급한 일반적이고 원론적인 규정인데도 현장에선 이를 무시하고 외면한다. 이번 기회에 아예 도서관장직 자격 요건을 1급 정사서로 더 명확히 하자. 물론 위반 시에는 직, 간접 패널티를 주는 규정도 신설되어야 한다. 일부 도서관장의 단기 자격증(준사서) 남발도 없어져야 한다. 자격요건은 필요충분조건이 아니라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다.

도서관장 임용의 루트는 다양하다. 하나의 룰로 적용하기엔 다소 무리가 따른다. 교육청과 지차체에서 관할하는 공공도서관은 운영 시스템이 각각 다르다. 애로점이 많을 수밖에 없다. 서울 모대학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지자체 도서관 운영위원으로 참여해 도서관장을 뽑게 될 때 급여 차이가 도서관마다 천차만별이라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고 말했다. 또 서울 지자체의 한 도서관장은 "이용자 서비스 연구 등 도서관 업무에 치중해야 하는데 공무원 신분이다 보니 행정적인 일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그 일에 치이다보면 직(職)에 대한 회의감이 몰려온다며 관장직을 추천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도서관장이 행정직인가, 전문직인가를 두고 오랫동안 논쟁을 벌여왔다. 관리자로서의 매니지먼트 노하우는 중요하다. 균형 있게 병립해야 하지만 모름지기 도서관장이라면 전문직에 좀 더 방점을 둬야 하지 않을까. 요즘은 전문분야도 점점 세분화되는 추세다. 도서관 운영과 경영은 사서들이 가장 중요하게 배우는 전문분야다. 도서관에 대한 철학과 소신, 전문지식이 있어야만 모래성처럼 내구성이 약해 무너지는 우(愚)를 범하지 않는다.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박물관, 미술관, 극장 등의 수장은 전문가로 보임하면서 유독 도서관만큼은 일반 상식이 수학 문제로 변질되고, 관행이 순리를 앞지른다. 나라의 대표 국가도서관들도 그럴진대 하물며 다른 도서관이야 말해 무엇하랴. 국립중앙도서관장은 1년 가까이 공석인데 아직도 심사 중이다.

도서관 전문가에게 도서관장 맡겨야

국가도서관은 낙하산 인사들의 자리보전용으로 일반 도서관은 임명권자의 무분별한 원칙에 따라 운영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현 정부의 모토는 법치다. 도서관계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법 규정대로 운영하면 된다. 도서관장은 도서관 규모와 관리 주체에 따라 직급과 처우 등이 각양각색이다. 그렇다고 도서관장직 역할이 다를 순 없다. 도서관 전문가에게 도서관장직을 맡기는 것은 상식이다. 국회도서관과 국립중앙도서관에서도 이와 같은 시도들이 있어 왔다. 도서관장은 도서관의 문화유산을 총괄적으로 운영하고 기획하는 문화전도사다. 도서관에는 당연히 그에 맞는 도서관장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첫 사서직 출신 관장'이 더 이상 화제성 뉴스로 등장하지 않기를 바란다.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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