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양 예술에 깃든 어울림의 멋-보편 예술의 조화관과 특정 예술의 풍격론(장궈칭 지음·조민환 차민경 최미숙 황인옥 옮김)=중국의 고대 사상사 및 문화사의 핵심 개념인 '중화(中和)'는 문화예술 분야에서 '중화미(中和美)'라는 특징으로 나타난다. 이 책은 유가가 지향하는 이상적인 미가 무엇인지를 잘 정리하고 있다. 책은 체계적으로 분석한 중국의 미학사와 이론을 담아내면서도 현 사회에 나타나는 미학적·예술적 문제를 다루고 있다. 위난대 중문학과 교수였던 저자가 이 분야에서 오랜 기간에 걸쳐 연구해 체득한 결과물이다. 중국미학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읽어볼 만하다. 예문서원. 304쪽. 2만9000원.
■ 사랑을 한다는 건(황푸하, 엄주 지음)=싱어송라이터 황푸하의 노랫말과 일러스트 작가 엄주의 그림이 만났다. 희망과 위로를 노래하는 황푸하의 2집 《자화상》 에 수록된 노래 <사랑을 한다는 건>은 조금 특이한 사랑 노래다. 황푸하의 "넌 나의 것이야"가 아닌 "넌 너의 것이야"라고 말하는 다정한 노랫말과 다양한 성별, 연령,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등장하는 엄주의 리듬감 있는 단단한 그림은 잘 어우러져 우리 곁의 수많은 사랑을 전한다. 이 책은 시집을 연상시키는 작고 싱그러운 분홍색 그림책이다. 쥬쥬베북스. 48쪽. 2만1500원.
■ 역사를 품은 역, 역세권(박은주 지음)=17개 지하철역 근처의 역사를 품은 공간을 탐방한 역사 기행서. 1호선 종로3가역, 3호선 독립문역, 6호선 망원역 등 모두 익숙하게 알고 있는 정거장들. 이 정거장 근처에는 경술국치의 뼈아픈 역사가 담긴 '서대문형무소'(3호선 독립문역)에서부터 전두환 정권의 군사쿠데타인 12·12사태가 촉발한 6월 항쟁의 현장인 '연세대학교'(2호선 신촌역)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흔적들을 찾아볼 수 있다. 저자는 굵직한 역사교양 프로그램을 기획·제작한 PD로 그가 기획·감독한 장편 다큐멘터리 '5·18 증명사진관'이 북미 3대 영화제로 꼽히는 '휴스턴 영화제'에서 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책은 역사 공간을 소개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역사 현장에 있었던 이들의 증언과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더해 더욱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냈다. 미디어샘. 240쪽. 1만7800원.
■ 문화의 중력(마커스 콜린스 지음·이상미 옮김)=우리는 매일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여 그들이 어떠한 행동을 취하게끔 노력한다. 이 책은 마케팅 너머에 있는 보다 근본적인 영역, 즉 문화의 힘과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 저자는 미시간대학교에서 마케팅을 가르치고 있는 마케팅 분야의 베테랑이다. 그는 이 책에서 그동안 축적해온 모든 지식과 경력을 집대성했다. 총 7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2장에선 문화가 사람들을 움직이는 데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는 이유를 '회중(會衆)'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고 그것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시그마북스. 370쪽. 2만2000원.
■ 삶을 의미 있게 만들어주는 일상의 철학(오이겐 M. 슐라크 지음·이상희 옮김)=소설로 배우는 철학 수업. 이 책은 철학사나 복잡하고 어려운 철학 이론 대신 우리가 공감하고 이해하기 쉬운 주제를 다루고 있다. 일기 속에, 기억 속에 묻혀 있던 사소해 보이는 경험을 들추고 그 안에서 삶의 나침반이 되는 철학을 찾아간다. 치명적인 바이러스의 위협으로 여행지에서 돌아온 미하엘. 그는 도착하자마자 집에 격리된다. 그는 격리 기간을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정리하는 데 쓰기로 하고 철학자에게 메일을 보낸다. 학교 및 사회생활에서 겪는 경이로움과 불안부터 정의·죄책감에 대한 고민, 인간관계에서 느끼는 감사와 존경 등에 대해서. 빚은책들. 288쪽. 1만6800원.
■ 인생의 태도(웨인 다이어 지음·이한이 옮김)=삶을 바라보고 행동하는 자세에 대한 이야기. 세계적인 심리학자 웨인 다이어는 전 세계 3,500만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던 베스트셀러 <행복한 이기주의>의 저자로 이 책에서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 건가?' '이대로 계속 살아도 되는 건가?'라며 불안해 하는 많은 이들에게 단단한 인생의 지혜를 전한다. 저자는 자신이 누구인지는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달려 있으며 그 생각이 변화를 이끈다고 지속적으로 강조한다. 더퀘스트. 268쪽. 1만7700원.
■ 강감찬과 고려 전쟁(박성종 지음)=강감찬 장군이 지닌 불굴의 영웅심과 전략가로서의 기지를 생생하게 그려냈다. 70세를 넘긴 강감찬은 전쟁의 최전선에서 총지휘를 맡아 거란군을 대파하고 평화를 이뤄낸다. 역사의 뒤편에 가려진, 미처 조명받지 못했지만 고려시대를 풍미한 영웅들의 피와 땀이 서린 전란의 현장을 담아냈다. 저자는 심도 있는 역사 연구와 고증, 소설적인 생생한 묘사로 숨은 역사적 인물들을 되살려냈다. 북오션. 256쪽. 1만7000원.
■ 기도를 위하여(김말봉, 박솔뫼 지음)=최초의 근대 여성 작가 김명순과 1930년대 식민지 시기 독보적인 스타일로 혜성같이 등장한 베스트셀러 작가 김말봉의 작품들이 실려 있다. 김말봉의 '명명녀', '고행', '편지' 등 3편의 소설은 민중들의 삶을 담백하고 명쾌하게 그려내면서도 인간의 본질에 대한 사유를 담고 있다. 박솔뫼의 '기도를 위하여'는 김말봉의 '망명녀'의 뒷이야기를 이어 쓴 소설. 다른 시간, 다른 시대를 살았던 두 작가가 접속하고, 깊이 연루되고, 함께 걸어나간다. 박솔뫼의 에세이 '늘 한 번은 지금이 되니까'도 담았다. 작가정신. 168쪽. 1만5000원.
■ 죽은 자의 말을 듣는 눈(나주영 지음)=죽은 자의 말에서 삶을 생각한다. 부산대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이자 법의학연구소 소장인 저자는 죽어 있는 사람이 아닌 살아 있는 사람을 위한 법의학을 말한다. 법의학의 눈으로 보는 인간의 시작, 법의학에서 보는 살아 있는 인간으로서의 의미, 인간의 끝과 죽음 이후의 변화라는 주제로 법의학을 이해하고, 나아가 인간의 존재를 살펴본다. 죽음 이후 인간의 변화, 법의학으로 본 고독사 문제, 사회 속에서 한 사람의 온전한 마무리를 가능하게 하는 검시제도의 현실을 마주한다. 드레북스. 184쪽. 1만7000원.
■ 늑대의 시간(하랄트 얘너 지음·박종대 옮김)=부제 '제2차 세계대전 패망 후 10년, 망각의 독일인과 부도덕의 나날들.' 패배의 잿더미에서 '영혼의 타락'과 '홀로코스트의 공포'를 딛고 일어선 전후 독일인의 심리를 해부한 역사서.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직후 10년의 기간 동안 독일이 거쳐야 했던 재건 사업과 그 속에서 분열된 독일인의 멘털리티를 다각도로 살핌으로써 잊고 있던 1945년과 1955년 사이의 독일을 새롭게 조명한다. 전쟁이 끝날 때까지 똘똘 뭉쳐 있었던 독일인들은 전쟁이 끝나자 완벽하게 분열됐다. 옛 질서는 사라졌지만, 새 질서는 아직 모호한 이때, '늑대의 시간'이란 이름이 붙었다. 위즈덤하우스. 540쪽. 2만8000원.
■ 철학의 기원(이정인 지음)=이 책은 서양철학사를 당대 역사적 맥락에서 변천을 탐구하며 철학의 기원을 향해 간다. 철학의 일반 인식과 용어의 유래부터 철학 개념의 탄생과 변천을 철학사 범주에 국한하지 않고, 당대를 지배한 세계관과 권력, 경제, 사회, 문화로부터 탐구한다. 또한 주요 철학자가 제시한 철학담론의 내용과 함께 왜, 어떤 배경과 의도에서 나온 철학인지를 파고든다. 데카르트는 흔히 근대적 개인주의 출발점으로 알려진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명제로 유명하지만, 실제로는 신의 존재을 정당화하기 위해 신학 논리에서 빌려온 것에 가까웠다. 지식여행. 296쪽. 1만9800원.
■ 누가 배를 흔들었는가?(커티스 베이트먼 지음·권영교 옮김)=불확실한 시대를 건너가는 개인·리더를 위한 변화관리 필독서. 저자의 연구와 경험에서 창안한 '변화관리 4단계 모델'을 짧고 강력한 우화를 통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개인에서 조직까지 적용할 수 있는 변화 대응법을 알려준다. 배('결과'호)를 이끄는 선장과 여섯 명의 선원들이 벌이는 환상적인 모험은 어떤 방식으로 새로운 전략과 기회, 더욱 훌륭한 성과를 이끌어내는지 배우게 된다. 이 책의 이야기 속 항해는 인생에 비유하고 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여러 종류의 강을 여행하고, 그때마다 다양한 폭포와 마주한다. 김영사. 132쪽. 1만3800원.
■ 너와 바꿔 부를 수 있는 것(강우근 지음)=202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한 저자의 첫 시집. 세계의 풍경을 과장이나 비약 없이 냉철하게 응시하며 존재의 비밀과 사물의 본질을 탐색하는 다채로운 사유를 맘껏 펼쳐 보인다. 일상의 풍경을 정밀하게 포착하고, 유려하고 감각적인 진술로 문장을 이끌고 나가는 힘이 돋보인다. 창비. 176쪽. 1만1000원.
■ 셋셋 2024(송지영 외 5명 지음)=작가, 출판사, 독자 '셋'의 만남을 '셋set'하다. 이 책에는 소설가 3인과 시인 3인의 작품이 실렸다. 소설로는 송지영의 '마땅하고 옳은 일', 성진의 '재채기', 정회웅의 '기다리는 마음'과 시집으로는 이열매의 '입주민 외 주차금지 외', 이지혜의 '부산집 외', 황해담의 '웰컴 투 디 애프터눈 외'가 수록되어 있다. 기성에 물들지 않은 참신함과 시대에 맞춤하는 글을 빠르게 만나볼 수 있다. 한겨레출판. 188쪽. 1만1000원.
■ 전쟁터로 간 소크라테스(김헌 지음)=부제 '철학자의 삶에서 배우는 유쾌한 철학 이야기.' 철학자의 삶으로 풀어낸 흥미롭고 유쾌한 철학 이야기. 저자는 인문학이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고 진단하며 그 대안으로 철학에 대한 재검토를 제시한다. 이 책은 철학자를 통해서 문제를 인식하고 질문을 던지고 진지하게 답을 찾아가는 흥미로운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책은 3부로 나눠지는데 1부는 자연주의 철학자들의 이야기, 2부는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한 소피스트에 관한 이야기, 3부는 진정한 철학의 시대로서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과 사유를 그들의 삶과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서 서술한다. 북루덴스. 336쪽. 1만9000원.
■ 손유영의 고양이 한국화첩(손유영 지음)=최근 예술계에서 고양이는 가장 대중적인 사랑을 받는 테마 중 하나다. 고양이 만화 작가로 널리 알려진 저자의 고양이 그림 중 엄선한 34점을 국배판의 대형 화첩에 수록했다. 타박타박 고양이 여행/세상으로 열린 창/책거리 그림의 재발견/조선 영모화와 패러디 민화/고양이의 초상 등 5부로 나눠 실었고, 각각의 그림에 담긴 고양이들의 사연과 창작 배경을 진솔한 에세이로 담아냈다. 권말 부록 '조선 영모화 걸작선'에는 현대 고양이 민화 작가들이 즐겨 차용하는 조선 시대 영모화를 대형 도판으로 수록하고, 고양이 부분의 초본을 나란히 실었다. 야옹서가. 112쪽. 2만5000원.
■ 우리가 기대하는 멸망들(서강범 지음)=우리의 미래를 상상한 여섯 편의 SF 단편이 실렸다. '반문명 선언서'로 문명에 멸망을 선고함으로써 시작된 책은 이내 다른 형태의 미래들을 보여준다. '감독님, 이 영화 이렇게 찍으면 안 됩니다'에서 인류는 환경 파괴 때문에 지하로 숨어들었고, '디어 브리타'에서 인간은 서로 기억을 공유하는 복제인간들을 만들어 행성들을 개척하려 하며, '캠프 버디의 목을 조르고'에서는 소수자에 대한 피해의식이 퍼져 세계 인구의 절반이 줄었다. 영상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의 영향인지 소설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카메라가 돌아가 인물들을 비추고 장면이 전환되는 영화를 머릿속으로 떠올리게 한다. 달다. 228쪽.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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