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씨앗과 다양한 종자 대출해 드려요"
'씨앗도서관' 사서 김시안 씨
도서관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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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06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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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밥상이 위협받고 있다. 지난해 마트에서 사과 한 알을 집어 들었을 때다. 꽃샘추위에 냉해까지, 연이은 이상기후를 견디지 못한 사과는 여름철이 지나며 수확량이 급감했다. 인심 좋은 시장 상인을 만나면 한 알에 천원에도 구매할 수 있었던 사과는 이젠 한 끼 식사비보다 비싸졌다. 식탁의 위협을 겪으며 이색 도서관 하나가 떠올랐다. 바로 토종 씨앗을 비롯한 다양한 종자를 대출해 주는 '씨앗 도서관(이하 도서관)'이다.
토종 씨앗이란, 오랜 시간 우리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며 한국 생태계에 적응해 온 종자를 뜻한다. 한국 특정 지역 풍토에 오랫동안 적응해 가며 살아왔기에 병해충 및 환경 변화에서 생존율이 강하다는 특징이 있다. 기후 위기와 유전자 변형 농수산물(GMO) 등으로 토종 씨앗의 중요성은 높아지고 있다. 화창한 5월의 주말, 씨앗을 지키는 사람인 김시안 사서를 만났다.
_도서관에 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도서관은 서울식물원 식물문화센터 1층에 있습니다. 매주 월요일을 제외하고,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되고 있습니다. 도서관에서는 책을 대출하는 것처럼 씨앗을 무료로 대출해 드리고 있어요. 식물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도를 높이기 위해서 노력 중입니다.
_씨앗 대출프로그램은 어떤 건가요.
씨앗 대출은 1인당 하나씩 가능해요. 씨앗의 발아율에 따라서 3립에서 10립까지 드리고 있습니다. 지금은 이벤트를 진행 중이라 1인당 두 개씩 씨앗을 나눠드리고 있습니다. 매월 추천 씨앗이 있어서 매달 씨앗 종류는 조금씩 변화합니다. 도서관 홈페이지 또는 도서관에 비치되어 있는 대출 가능 씨앗 목록을 통해 대출할 수 있는 씨앗의 종류를 볼 수 있습니다.
_씨앗 대출프로그램 이용자들이 씨앗을 반납하러 오는 경우가 있나요.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한 달에 3명에서 5명 정도는 꾸준하게 씨앗을 재배해서 반납하러 오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2023년에는 총 60명이 씨앗을 반납했습니다.
_씨앗 반납 사람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다면.
목화를 재배해서 반납하러 오신 분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큰 봉투에 가득 담길 정도로 풍성하게 무척이나 잘 키워오셨습니다.
_가장 보람 있을 때는 언제인가요.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면서 씨앗을 가지고 갈 때와 부모님이 아이들과 함께 씨앗을 재배해서 반납하러 오실 때에 굉장히 보람을 느낍니다.
_씨앗 대출프로그램 외에 즐길 수 있는 다른 프로그램은 있나요.
종자 관련 전문가나 정원 또는 텃밭 관련 전문가들을 모셔서 강연할 때가 있습니다. 보통 1년에 2~3번 정도 강연을 진행하며, 평균적으로 30~40명 정도가 강연을 들으러 옵니다.
_기후 위기 속 토종 씨앗을 대출하고 재배하는 경험은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도서관에서 대출하는 씨앗 중 50% 정도는 토종 씨앗입니다. 우리나라의 대표 토종 씨앗들을 가져와 그것을 길러 최대한 씨앗 양을 늘린 뒤에 나눠드리고 있습니다. 토종 씨앗 외에도 식물원에서 키우고 있는 열대 식물 및 다양한 씨앗을 드리고 있습니다. 씨앗을 재배하는 일이 토종 씨앗을 알리고 보존하는 데 있어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 교육에도 좋은 일이고요. 도서관에는 씨앗 또는 식물 관련 도서가 많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씨앗이나 식물 관련 도서를 읽고 씨앗을 대출해 가면 좋겠습니다.
도서관 곳곳에 토종 씨앗 보존의 중요성을 다룬 도서와 전시자료들이 눈에 들어온다. 한국 토종 씨앗 보존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또다시 체감할 수 있었다. 도서관 한편에 씨앗 관련 도서를 함께 읽는 어머니와 아들이 보였다. 독서 삼매경이 빠져있는 이들에게 방해가 될까봐 발걸음을 조심스레 움직였다. 한 립이라도 더 많은 토종 씨앗을 대출해가기를 기대해 본다. 한국 토종 씨앗이 미래에도 살아남아 한국인들의 밥상을 굳건히 지켜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글·사진=서다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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