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반전] 원인·치료법 모두 다른 '독감과 감기의 차이' 아시나요

도서관닷컴이 전하는 상식 이야기

도서관닷컴 승인 2024.01.16 15:12 의견 0

사람은 일생에 200번 이상 감기(感氣)에 걸린다고 한다. 코막힘·기침·두통·목 아픔 등의 증상을 합치면 5년 정도는 감기로 고생하는 꼴이다. '감기를 달고 산다'는 얘기가 허튼 말이 아닌 셈이다.

흔히 몸을 춥게 하면 감기에 걸린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감기와 추위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 너무 추워 바이러스가 살지 못하는 극지방에 사는 사람은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

감기는 계절의 구분이 없다. 인체 방어력이 떨어지면 어느 때건 찾아오는 불청객이 감기다. 감기가 악화했다거나 증상이 심한 경우를 독감에 걸렸다고 표현하는 사람이 많다. 독감은 독한 감기일까. 엄밀히 말하면 독감과 감기는 차이가 있다. 둘은 원인, 증상, 치료법이 모두 다르다. 독감은 감기와 달리 여러 감기 바이러스 중 인플루엔자 바이러스(Influenza virus)라는 특정 바이러스에 의한 급성 호흡기 감염 질환을 의미한다.

반면 감기는 코, 목, 기관지 등 호흡기 점막에 생기는 염증성 질환과 알레르기질환을 아우르는 병이다. 200여 종 이상의 바이러스가 단독 또는 결합하면서 발생한다. 전체 감기 환자의 40%에서 발견되는 라이노바이러스만 해도 변종이 100여 종류나 된다. 2~3종류의 바이러스에만 듣는 감기 치료제나 백신은 소용이 없다. 그래서 감기에 맞는 만능 백신을 만든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감기에 걸리면 보통 콧물이 나고 기침하며 열이 난다. 합병증 가능성은 거의 없다. 주목할 것은 백신접종과 감기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사실이다. '감기는 약을 먹어도, 안 먹어도 1주일이면 낫는다'는 말이 있다. 우리가 먹는 감기약은 증상을 완화해 주는 해열제나 기침 억제용이다. 주사 한 방으로 감기를 잡는 것은 불가능하다. 주사 또한 먹는 약과 마찬가지로 기침, 고열, 통증 등을 억제해 몸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할 뿐이다.

'감기에는 소주에 고춧가루를 풀어 마시는 게 최고'라는 속설이 있는데, 전혀 근거가 없다고 한다. 오히려 항히스타민의 감기약과 알코올 성분이 만나기 때문에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 된다. 감기에는 백약이 무효다. 최선의 감기 예방책은 충분한 영양 섭취와 휴식으로 몸의 저항력을 키우는 것이다.

독감은 계절성이다. 사계절 감기와 달리 주로 가을과 겨울에 발생한다. 1~3일 잠복기를 거쳐 39도가 넘는 고열에 심한 근육통을 동반한다. 폐렴·천식 등 합병증으로 이어지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독감은 백신접종으로 70~90% 예방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독감 예방 접종을 받으면 독감에 걸려도 증상이 가벼워진다.

독감 바이러스는 종류도 다양하고 새로운 변종도 자주 출현한다. 인플루엔자가 끊임없이 변이를 일으켜 새로운 독감을 만들어낸다. 2009년 지구촌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신종플루(H1N1)는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켜 생긴 호흡기 질환이다. 신종플루는 고열과 합병증을 유발해 감기 증상과 전혀 달랐다. 당시 신종플루로 인해 전 세계에서 약 1500 여명이 사망하고, 26만 여명이 감염됐다.

독감이 핵폭탄급 대유행을 일으키면 인구의 10~20%가 걸릴 정도로 전염성이 매우 강력하다. 합병증은 치명적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매년 계절성 독감으로 수십만 명이 숨진다. 1918년에 유행한 스페인 독감은 세계 인구 3분의 1을 감염시키고 제1차 세계대전(1914~1918) 기간 사망자 수(900만 명)보다 훨씬 많은 3000만 명 이상의 생명을 앗아갔다. 1957년 아시아 독감 때는 100만 명, 1958년 홍콩 독감 때는 70만 명 정도가 목숨을 잃었다.

겨울철 독감과 코로나19의 동시 유행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 '트윈데믹'을 막기 위해선 독감은 초기에 잡아야 한다.

*'한국아파트신문'에 연재하고 있는 '김규회의 色다른 상식'

저작권자 ⓒ 도서관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