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반전] 암컷 모기만 사람 피를 먹는 이유는?

도서관닷컴이 전하는 상식 이야기

도서관닷컴 승인 2024.01.25 16:00 | 최종 수정 2024.01.25 21:10 의견 0

가을은 '천고모기'의 계절인가. 때아닌 가을 모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일교차가 커지는 가을에 오히려 모기의 체감 개체 수가 더 늘어나고 있다. 요즘 모기는 전천후다. 난방이 확대되고 도심 온도가 상승함에 따라 모기는 겨울에도 출몰하고 있다.

모기는 단순히 밤잠을 깨우는 훼방꾼이 아닌 병마다. 말라리아를 일으키는 주범이다. 말라리아는 전염병 중 가장 많은 생명을 앗아간다. 매년 40만 명 이상이 사망한다. 모기는 말라리아 외에도 일본뇌염·뎅기열 등 치명적인 질병을 옮기는 독충이다.

모기는 해가 지면 나타나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 흡혈귀다. 인류와의 악연은 아주 오래됐다. 현재 지구상에는 3500여 종이 존재한다. 번식의 명수인 모기는 한 번에 200여 개의 알을 깐다. 오후 7시 이후, 25~30℃에서 가장 힘이 좋다. 비행할 수 있는 높이의 한계치는 대략 7~8m. 건물 2층 정도다. 그 이상 날아오르지는 못한다. 무척 가벼워 바람을 타고 더 올라갈 수는 있다. 고층 건물에서 보이는 모기는 대개 사람의 옷이나 가방에 붙어 있다가 사람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 놈이다.

모기는 주둥이가 길고 윗입술이 대롱 모양으로 돼 있어 피를 빨기에 적합한 구조다. 시각보다는 뛰어난 후각을 이용해 먹잇감을 찾는다. 20m 밖에서도 냄새를 맡고 달려들 정도다. 열, 이산화탄소, 냄새 등은 모기의 흡혈 욕구를 자극한다. 특히 옥탄올이 섞인 냄새를 좋아한다. 땀 냄새, 발 냄새, 화장품·바디용품·향수 냄새 등이 이에 해당한다. 저녁이나 밤 시간대에 땀을 흘리고 씻지 않은 채 자면 물릴 각오를 해야 한다. 모기가 사람의 얼굴 주변에서 윙윙거리는 것은 코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 때문이다. 아주 얇은 날개를 1초에 200~900번 움직여 날아다니는데 이때 공기와의 마찰로 윙윙 소리를 낸다.

모기는 주둥이를 피부에 박고 피를 빨아들인다. 한번 물면 5~9초 동안 배가 터지도록 먹는다. 이 피의 양은 자기 몸무게 2~3배에 해당하는 우유 한 방울(3~10㎎) 정도. 물린 부위는 응고 억제 물질인 모기의 침 때문에 더 가렵다. 모기의 침은 피를 빠는 동안 피가 엉겨서 굳지 않고 혈관을 확장시켜 혈액을 잘 빨아낼 수 있도록 돕는다. 가려움증은 모기가 분비하는 침에 대한 우리 몸의 알레르기 반응이다. 유해 물질의 침입을 감지해 히스타민이라는 물질을 분비하는 것이다. 오히려 모기가 피를 다 빨고 가면 그다지 가렵지 않다.

이미 물렸다면 바로 벽을 살펴라. 얄미운 복수의 대상은 가까운 곳에 있기 마련이다. 모기는 일단 피를 빨고 나면 몸이 무거워져 잘 날지 못한다. 멀리 가지 못하고 가까운 벽에 가만히 앉아 핏속에 든 단백질을 소화시킨다. 핏속 수분을 몸 밖으로 배출해서 몸을 가볍게 한 다음에야 다시 날아간다.

모기는 왜 피를 먹을까? 배가 고파서일까. 그렇지 않다. 피를 먹는 것은 알을 낳기 위해서다. 수정란을 갖게 된 암컷은 자신의 난자를 성숙시키기 위해 동물성 단백질을 필요로 한다. 피에는 알의 성숙에 필수적인 단백질과 철분이 들어 있다. 모기에게 피는 최고의 영양식인 셈이다. 이것이 모기가 피를 찾는 이유다. 피를 많이 빨수록 더 많은 알을 낳아 번식시킬 수 있다.

모든 모기가 다 사람을 무는 건 아니다. 사람의 피를 먹는 것은 산란기의 암컷 모기뿐이다. 수컷은 온순해 사람을 물지 않는다. 꽃의 꿀이나 나무의 수액, 이슬 등을 먹고 살기 때문에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 수컷 모기는 비행용 근육의 연료로 쓰일 약간의 화밀(花蜜)만 있으면 충분하다.

모기가 어른이 돼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짝짓기다. 수컷은 정지비행을 하며 날갯짓으로 소리를 낸다. 그 소리를 들은 암컷은 수컷을 찾아가 사랑을 나눈다. 그리고 임신한 암컷 모기는 하이에나로 돌변해 인간의 피를 노린다. 견문발검(見蚊拔劍). 모기를 잡기 위해 칼이라도 뽑아야 하나.

*'한국아파트신문'에 연재하고 있는 '김규회의 色다른 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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