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모든 사람에게 힘이 되는 도서관이 있었네

<그림책은 힘이 세다-도서관에서 발견한 47가지 그림책 질문>
박미숙 지음
316쪽‧1만7000원‧책이라는신화

도서관닷컴 승인 2024.01.15 16:16 의견 0

"관장 나오라고 해", "내가 낸 세금으로 월급 받는 주제에", "가만히 앉아 시간만 보내면서". 이런 말들은 도서관 사서라면 현장에서 누구나 들었을 법하다. 저자는 이런 불편했던 도서관 경험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동서양의 47권 그림책과 함께 풀어냈다. 저자는 방송국과 신문사에서 일하다 작은도서관으로 직장을 옮겨 고양시립일산도서관장을 지냈다. 이 책에서 저자의 차별 없는 사회를 지향하는 따뜻한 시선을 찾아볼 수 있다.

제1장 '도서관을 좋아하세요'에 있는「나는〔〕배웁니다」는 무엇이든 배우려는 일흔 네 살 어르신에 관한 이야기다. 저자는 엑셀을 알려 달라, 복사기 사용법은 어떻게 되냐고 묻는 어르신을 만난 일화를 들려준다. 민원인이 아니라 시민으로 이용자를 대하는 저자의 모습을 보면서 켄 로치 감독의 영국 영화 《아이 다니엘 브레이크》를 떠올렸다. 평생 목수일을 하던 다니엘은 심장병이 악화되어 일을 그만두고 실업급여를 신청하게 된다. 신청 방법이 복잡해 관공서에서는 해결을 못하고 도서관을 찾는다. 하지만 도서관에서도 간단치 않다. 컴퓨터 이용시간을 지켜야 하고, 그를 도와주려는 사서에게 팀장은 한 사람에게 왜 많은 시간을 쏟느냐고 질책한다.

제3장 '그림책이 나에게 던지는 질문'에서는 책 <파도야 놀자>가 등장한다. 이 책은 2022년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을 수상한 이수지 작가의 글자 없는 그림책이다. 이 책은 2008년 뉴욕타임스 우수 그림책으로 선정된 바 있다. 필자는 2022년 국회부산도서관 개관 전시회 때 '그림책 X 미디어 아트' 전시에서 책을 영상으로 볼 기회가 있었다. 그림책 속 아이는 아이 모습으로, 파도는 파도 모습으로 자기 원형을 지키면서 넘나든다. 저자는 우리가 그어 놓은 선을 알아보고 그것이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넘어 갈 용기를 내보라고 권한다.

한국 그림책 27권, 외국 그림책 20권을 소개한 이 책에서 저자는 도서관과 그림책은 누구나 갈 수 있고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무척 닮았다고 말한다. 도서관은 누구에게나 문이 열려 있다. "이야기는 인간의 삶을 유지하는 힘이 되기도 하고, 어떤 때는 그 삶에서 한발 떨어진 도피처가 되기도 한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면 이 책을 주저 없이 들게 될 것 같다.

노우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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