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책은] 미리 알았더라면 난 다른 일을 했을 것이다
<다시 태어나면 이런 직업도 갖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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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27 18:22 | 최종 수정 2024.01.09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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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장르문학 작품들을 보면 유독 회귀물이 많다. 두 번째 또는 세 번째, 심지어 다수의 기회를 얻어 과거의 실패를 바로잡는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만큼 우리 안에 삶을 다시 살아보고 싶다는 욕구가 강하다는 의미가 아닐까?
불과 몇 년 전까지 내 삶에, 직업에 꽤 만족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10대 초반 어린 나이에 진로를 결정했고, 학위를 받았고 취업했다. 이런 직장이 또 없다는 선임들의 말을 들으며 일하고,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에 익숙해졌다. 불만이 전혀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건 다른 직업인들도 마찬가지일 테니까. 다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그러다 그 직업을 알게 됐다. 진로와 직업을 연구했던 나도 몰랐던 직업. '난 이런 일이 하고 싶었구나'하고 처음으로 깨닫게 만든 직업. 뒤늦게 찾아낸 이색 직업 안에 내가 꿈꾸던 일이 숨어있을 줄 누가 알았을까? 그동안 진로연구자로서 성인들의 제2의 진로 찾기를 응원해왔지만 정작 내 일이 되니 용기를 내기가 쉽지 않았다.
용기를 낸다 해도 금방 그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훈련과정에 입문하기 위한 신체 능력과 경험을 갖추는 데만 3~4년 이상, 훈련받고 직업인으로 일할 만큼 능숙해지기까지 또 몇 년. 수요가 많지 않은 직업이라 과연 취업은 가능할지 현실적인 문제도 앞섰다. 게다가 다들 10대 후반~20대에 신체 능력이 최상일 때 시작하는 일을 불혹을 앞둔 내가 지금 시작해서 경쟁할 수 있을지도 자신이 없었다.
어릴 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지인들을 처음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됐다. 게임을 초기화하고 다시 시작하듯 인생도 리플레이 할 수만 있다면, 20년 전의 내가 이런 직업을 알았더라면 용감하게 도전할 수 있었을 텐데. 거기서부터 이 책이 출발하게 됐다. 20년 전의 나 같은 사람들에게 어쩌면 그들이 원하는 일은 그들이 미처 몰랐던 직업 사이에 있을지 모른다고 전해주고 싶은 마음으로.
그렇다고 현존하는 이색 직업 정보만 잔뜩 수록한 책이 된다면 다른 직업정보서와 차별화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과거의 이색 직업부터 시작했다. 인기 있던 직업이 사라지고, 사라졌던 직업이 부활하고, 새로운 직업이 생겨나는 직업의 순환과 흐름을 담아내기 위해서.
이 책을 본 누군가가 '와, 나 이런 일 하고 싶었어'하고 꿈꾸던 일을 찾게 되었으면 좋겠다. 아니면 '아, 이렇게도 직업을 만들 수 있구나'하고 수요를 찾아 수익을 연결하면 직업이 되는 흐름을 깨닫게 되면 좋겠다. 부디 나처럼 다음 생을 기약하며 하고 싶은 일을 떠나보내는 아쉬움만큼은 남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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