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독형통] 당신은 누구와 함께 밥상에 앉아 있는가?
연대의 밥상 _ 한없이 기꺼운 참견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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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9 10:53 | 최종 수정 2022.08.13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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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면 '연대'가 우선입니다. 앞표지는 '밥상'이 강조된 듯한 음식 그림들입니다.
"투쟁 얘기인가 했더니 음식 얘기고 음식 얘기인가 했더니 인생 얘기다"라고 쓴 추천사가 있습니다. 이보다 더 이 책을 잘 설명할 문장은 없어 보입니다.
저자는 도시 곳곳에서 삶의 터전을 잃지 않기 위해 싸우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활동가입니다. 그는 을지OB베어, 아현포차, 궁중족발, 노량지수산시장 등 철거의 현장에서, 그리고 삶의 주요 순간에서 연대하며 맺은 인연들과 나눠 먹은 밥상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처음 책을 펼쳤을 때는 저자가 투쟁의 현장에 계신 분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요리사인가 생각했습니다. 그만큼 음식 묘사가 구체적이고 음식 하나하나에 다양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연대의 현장은 투쟁의 현장입니다. 한시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는 공간입니다. 그곳에서 저자는 현장 풍경이나 사연과 함께 음식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꺼냅니다. 함께 나누어 먹은 음식이기도, 기억 속에서 되살아나는 음식이기도, 우연히 먹게 된 음식이기도, 누군가가 반드시 지키려고 했던 음식이기도 합니다. 석화, 잔치국수, 수산시장의 회와 매운탕, 족발집 씨간장, 곱창구이, 옛날 치킨, 삼계탕, 순댓국, 빵, 가지, 죽순, 두릅, 만두, 라면 등등.
이 책은 '연대'는 너무 무겁지 않게, '밥상'은 너무 가볍지 않게 균형을 잘 맞추고 있습니다. 연대에 대한 진지한 사색은 삶의 터전을 지키려고 싸우는 그 누군가에게로 우리의 시선을 돌리게 합니다. 밥상에 대한 그리움과 따듯함은 음식을 차리고 먹고 함께하는 관계를 생각하게 합니다.
"혼자서 차린 조용한 밥상도, 예기치 못한 때 누군가 차려준 고마운 밥상도, 여럿이 둘러 앉아 먹는 풍성한 밥상도, 살기 위해 눈물을 흘리며 먹었던 절박한 밥상도 결국 모두 '연대의 밥상'이다."
이 책은 연대로 만나는 음식 이야기입니다. 음식으로 만나는 사람들 이야기, 그리고 사람과 음식이 함께 깊은 맛을 내는 인생 이야기가 밥상에 가득 담겨져 있습니다.
김찬희 객원 북리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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