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기관이야기] 세이코 박물관: 서구식 시간 채택과 부흥, 긴자의 상징

도서관닷컴 승인 2022.08.29 15:57 의견 0

'세이코 박물관'은 세이코 시계의 발상지인 도쿄 긴자(銀座)에 세워진 시계박물관이다. 긴자는 도쿄의 심장부로 명품 쇼핑의 1번지로 꼽힌다. 박물관은 1981년 세이코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만들어졌다. 시계를 매개로 한 시간의 역사와 다양한 사회의 변화상들을 풍부하게 살펴볼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이 도시형 문화시설은 테마별로 마련된 각 전시관을 통해 1881년 창립이후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세이코그룹의 기업사를 한눈에 보여준다.

박물관은 '시대를 초월해 가치 있는 것’을 테마로 한 다양한 장르의 기획전을 연 4~5회 개최하고 있다. 박물관 1,4,5층은 세이코 시계의 탄생과 시대별 생활, 스포츠 산업 등에 활용됐던 다양한 유산들이 가득하다. 긴자 가로수길 전망이 보이는 2층은 '일본의 시계왕'으로 불리던 창업자 핫토리 킨타로(1860~1934)의 삶과 시간 표기법 전환 속에 전개된 새로운 사회변화를 엿 볼 수 있는 장소다. 3층의 '자연이 전하는 시간에서 인간이 만드는 시간'에서는 실물 해시계와 일본 시계 등 7000년간 시계의 역사를 입체적으로 조망해 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메이지 정부의 개력(改曆) 에피소드는 시간에 관한 흥미로운 역사다. 서양제도를 도입해 급진적 근대화를 추진했던 메이지 정부는 1873년 음력((旧暦)을 대체해 현재의 양력(新暦)을 채용하고 에도 시대에 사용된 부정시법(不定時法·해가 뜨고 지는 것을 기준)에서 서구식 정시법(定時法·시간이 늘 정해져 있음)으로 전환했다. 사전 포고부터 실시까지 한 달도 안 되는 개력으로 상당히 혼란스러운 분위기가 조성됐다. 하지만 새로운 시간표기의 채택은 서양방식의 시간관리와 함께 시계에 대한 수요와 생산을 가속시켰다. 이는 이후 시계산업의 부흥을 이끌게 됐다.

1923년 간토대지진 이후 도시재건은 당시 시대적 과제였는데 무너진 핫토리(창업주) 건물의 재건은 당시 국립박물관 본관을 디자인한 와타나베 진(1887~1973)이 맡았다. 최고 건축가로 불린 와타나베의 설계로 '세이코 시계탑'은 1932년 다시 태어나게 된다, 현재 세이코그룹이 소유한 와코(日光) 백화점의 '세이코 시계탑'은 긴자의 대표적 상징으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글·사진=박미향 와세다대 방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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