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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3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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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속삭임
어젯밤 그대와 만나 말했네.
더위가 떠나는 것과
가을이 오는 것은
같은 의미이지만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건
더위가 떠나는 것으로,
그대가 나를 바라보는 건
가을이 오는 것으로.
□□□
잘 아시겠지만 생각이 삶을 좌우합니다.
하나의 사안을 놓고 의미 부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마음와 행동이 달라집니다.
이를 가장 잘 활용하는 문학장르가 시(詩)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사물이나 상황에 새로운 이름을 붙인다는 것은 새로운 탄생을 뜻합니다.
노자 도덕경에는 '유명만물지모(有名萬物之母)'라는 말이 나옵니다.
이름이 붙여지면서 만물이 탄생한다는 뜻이지요.
우리가 아는 세상 모든 존재물에는 이름이 있습니다.
이름이 없으면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노자는 '무명천지지시(無名天地之始)'라고 했습니다.
천지지시(天地之始)에 이름이 붙여지면
만물지모(萬物之母)가 되는 것이지요.
그러다 보니 우리는 이름에 갇혀 삽니다.
생각은 곧 이름이고 이름은 곧 말이니까요.
급기야 이름에 매몰돼 생각이 고정되고 '에고'가 번성하기도 합니다.
이것을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방법이 다른 이름을 붙여보는 것입니다.
새로운 생각이 탄생하는 거지요.
코칭에서 어떤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고 이름을 붙이도록 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겁니다.
제가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을
열기와 습함이라는 고통을 다 이겨내고 다가가는 것으로
누군가 저를 바라보는 것은
아름다움 가득한 눈빛의 가을이 다가오는 것으로 다르게 이름해 봤습니다.
어떤 사랑이든, 여러분의 사랑도 다르게 이름해 보시지요.
시인 황인원
문학경영연구원장·도서출판 '넌참예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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