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기적'이 'K-컬처'의 세계진출에 화룡점정을 찍었다. 스웨덴 한림원은 10월 10일 저녁(한국시간 오후 8시) 한국 작가 한강(54)의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전했다. 그의 깜짝 수상에 한국은 물론 전 세계가 술렁였다. 노벨상 수상은 개인의 영광과 명예뿐만 아니라 대단한 나라의 경사다. 한강은 최초의 한국인, 최초의 아시아 여성 노벨문학상 수상자이다. 한국인의 노벨상 수상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2000년 노벨평화상 수상 이후 24년 만의 일이다.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 NPR은 "한강이 훼밍웨이, 포크너, 모리슨, 마르케스의 반열에 합류했다"고 극찬했다. 한강은 2016년 '채식주의자'를 통해 국내 작가 첫 맨부커상(부커상 전신) 국제부문을 수상한 바 있다. 한강은 1993년 시인으로, 1994년 소설가로 등단했다. 한강은 부친 한승원과 국내 최고 소설문학상으로 꼽히는 이상문학상을 부녀 2대가 수상하는 진기록도 세웠다.
1901년부터 올해까지 노벨문학상은 총 121명에게 주어졌다. 한강은 여성 작가로는 18번째 수상자다. 아시아 국가 국적의 작가로는 2012년 중국 남성 작가 모옌 이후 12년 만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메달, 증서와 상금 1100만 크로나(약 13억4000만 원)를 받는다. 시상식은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노벨상을 만든 스웨덴의 화학자 겸 기업가인 다이너마이트 발명자 알프레드 노벨(1833~1896)은 의외로 문학에 대한 관심이 컸다고 한다. 말년에 소설을 쓰기도 했다. 그는 유언장에서 네 번째로 문학상을 언급하며 제정을 부탁했다.
노벨문학상 선정 과정은 첩보작전을 펼치듯 기밀하고 은밀하다. 노벨문학상 시행 첫해인 1901년 후보자는 25명이었다. 당시에는 외부 추천에만 의존했다. 스웨덴 한림원이 1916년부터 후보를 추천하기 시작했다. 수상자 선정 절차는 시상 해의 전년도 9월부터 가동된다. 매년 1월 말까지 1차 후보자 목록이 작성되면 4월경 15~20명으로 2차 후보가 압축되고, 5월 최종 후보(finalist)가 5명으로 줄어든다. 이때부터 한림원은 후보군 5명에 대한 '현미경 심사'를 진행한다. 수상자로 선정되려면 한림원 회원 과반수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노벨문학상 최연소 수상자는 '정글북'으로 유명한 영국의 소설가 러디어드 키플링. 그는 41세 때인 1907년 상을 받았다. 2007년 상을 받은 소설가 영국의 도리스 레싱은 당시 88세로 최고령 수상자이다. 여성 작가 수상자로는 1938년 펄 벅, 1991년 네이딘 고디머, 1993년 토니 모리슨, 2009년 헤르타 뮐러, 2020년 루이즈 글릭, 2022년 아니 에르노 등이 있다.
소설 '닥터 지바고'로 유명한 러시아의 소설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는 1958년 수상자로 선정됐으나 옛소련 정부의 압력 때문에 수상을 거부했다. 실존주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는 1964년 모든 공식적인 수상을 거부한다며 상을 거절했다. 1944년 수상자인 덴마크의 소설가 요하네스 빌헬름 옌센은 무려 18번 추천을 받은 끝에 노벨월계관을 썼다.
노벨문학상을 줘야 할 만큼 뛰어난 문인이지만 불운하게도 노벨상의 장벽을 못 넘은 사람들도 있다.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부터 안톤 체호프, 마르셀 프루스트, 제임스 조이스, 라이너 마리아 릴케, 프란츠 카프카를 거쳐 현대 포스트모더니즘 문학의 상징으로 꼽히는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등이 노벨문학상을 받지 못한 위대한 작가들로 꼽힌다.
일본은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1968년, 오에 겐자부로가 1994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2017년에는 일본계 영국 작가인 가즈오 이시구로가 받았다. 중국은 중국계 프랑스 소설가인 가오싱젠이 2000년, 모옌이 2012년 중국인 최초로 수상했다.
요즘은 노벨상 시즌만 되면 거의 한해도 거르지 않고 한국 문인들의 이름이 오르내린다고 한다. 두 번째 한국인 노벨문학상 수상의 낭보는 언제쯤 들려올까.
*한국아파트신문에 연재 중인 '김규회 色다른 상식'